“진정한 인간 드라마 한번 보실래요?”
“진정한 인간 드라마 한번 보실래요?”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9.25 09:18
  • 호수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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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마니아 김영균씨
극한 스포츠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김영균(45ㆍ중동·사진)씨가 그 주인공. 김씨는 지난 2004년부터 철인3종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철인3종은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함께 하는 경기이다. 세 종목을 17시간 안에 완주하면 철인(鐵人)으로 공식 인증을 받는다. 그는 지금까지 철인3종에 6번 도전, 4번을 완주했다. “기록욕심은 없어요. 완주했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큰 영광이고 성취입니다. 경기에 출전하면 여행 간다는 생각으로 편안히 경기에 임합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살고 운동에 죽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 초등학교때는 씨름부에서 운동했고 중학교 다닐 때는 럭비부에서 활동했다. 럭비 특기자로 고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럭비 선수를 하려고 했으나 집안 반대에 부딪쳐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고교시절에는 유도부에 들어가 운동을 계속했다. 이후 마라톤, 테니스 등 여러 운동을 섭렵했다.

“꾸준히 달리기를 하던 중 보조 운동으로 수영을 하기 시작했어요. 달리기와 수영을 하다 보니 이왕이면 사이클도 함께 운동해 철인3종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가 철인3종에 입문한 계기다. 광주가 고향인 김영균씨는 광양에 내려온 지 올해로 10년째다. “광양에 처음 내려왔을 때 몸무게가 98kg 정도 나가는 거구였어요. 제 몸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철인3종에 입문하고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나간 결과 지금은 몸무게 20kg 정도 줄여 탄탄한 몸매를 만들었다고 한다.

철인3종이 워낙 극한 운동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경기 중 해프닝도 다양하다. “첫 종목인 수영을 시작하면 한꺼번에 수백 명이 바닷물에 뛰어듭니다. 그러다보니 발길질에 차이는 경우도 있고 서로 부딪치기도 하지요. 수영 도중 해파리에 쏘이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일이 발생합니다.” 경기도중 쓰러지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프로 선수의 경우 사이클 도중 자전거 위에서 소변을 직접 해결하는 노하우를 과시하기도 한다.

장시간의 경기 시간 동안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까. “사이클 90km지점에 도달하면 간단히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캔이나 죽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사가 준비되어 있지요. 저녁은 마라톤 코스 20km 지점에서 해결합니다.” 그는 세 종목 중 마라톤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특히 사이클과 마라톤이 바뀌는 지점이 가장 힘들고 긴장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두 종목이 바뀌는 시점에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사이클과 마라톤은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마라톤 시작할 때 천천히 뛰면서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 중요하지요.” 마라톤 20km지점에 이르면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는 마의 코스에 접어든다. 이후로는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는 길 뿐이다. “아무 생각도 안 납니다. 내가 가는지, 몸이 가는지…그냥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방법 밖에 없어요,”

그러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 결승점을 통과하면 그동안 겪었던 숱한 고통은 모두 잊어버린다. “결승지점은 감동의 도가니입니다. 응원하러 온 가족들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지요. 철인3종에 도전해 처음 완주한 선수들은 결승테이프를 끊는 순간 모두다 펑펑 웁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거든요. 결승전에서 프러포즈 하는 선수들도 있고 가족들에게 못 다한 사랑을 표현하는 선수도 있고 그야말로 진정한 인간 드라마 현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경기 한 번 뛰고 나면 체중은 3kg이상 빠진다. 또한 일주일 이상 앓아눕는 등 후유증은 막대하다. 하지만 그는 힘겨운 고통 속에서도 또다시 그 험난한 과정을 겪고 싶다고 말한다. 
철인3종의 매력은 뭘까. 김영균씨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철인3종은 특히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말한다.

김씨의 내년 목표는 고비사막 마라톤 도전이다. 그냥 마라톤이 아니다. 고비사막 260km를 6박 7일간 완주하는 것이다. 이 마라톤은 식량 등 배낭을 직접 짊어지고 경기에 임한다. “철인3종에 지금까지 6번 도전했으니 내년에는 좀 더 극한 스포츠에 도전하고 싶어요.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해서 내년에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