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종승 부부의 사는 이야기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종승 부부의 사는 이야기
  • 최인철
  • 승인 2009.02.11 17:30
  • 호수 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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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승 씨 부부
“좋아하는 것 하게 해야지 별 수 없더라고요” 완도 섬처녀 아내 김현리(46)씨는 나주사내인 남편 김종승씨의 곁에 앉아 차를 따르다 말고 한숨인지 포기인지 모를 이야기를 툭 쏟아놓았다.
말인즉 협박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했지만 남편의 새에 대한 애정은 포기가 안 되더라는 이야기다.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현리씨는 살지 않을 거면 달리 생각도 해보겠지만 살라치면 눈 딱 감고 남편 종승씨가 좋아하는 일 맘껏 하도록 지켜보는 수밖에 없더라는 푸념 아닌 푸념. 국내에선 알아주던 오토바이 제조 판매회사에 10년 가까이 근무하다 10여 년 전부터 광양에서 오토바이 수리대리점을 경영해 왔던 남편이다.

그런 탓에 대리점 운영으로 먹고 살만할 것 같던 살림이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농장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밥상머리 세살버릇처럼 말하던 남편이 백운산 기슭 옥룡면에다 틈나는 대로 땅을 사 는 것 같기는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집에 제법 큰 도둑이 있기는 했다.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아내의 증언이다. 현리씨는“수금하러 간 양반이 집에 돌아와서는 수금 못했다는 한 마디 던지고 마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는 잠이 든 척하다가 가족들이 다 잠이 든 시간에 몰래 혼자 빠져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편을 믿었기 때문에 바람을 피나 하는 생각은 없었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해서 따라가 보니 옥룡면에 사 놓은 농장에 드나 든 것이었다”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바깥양반이 돈이 생길 때마다 귀가 전에 동물들을 사거나 나무를 사서 농장에 갖다 놓고는 그 시간에 몰래 혼자 농장을 가꾸고 있었던 것”이라고 고개를 내둘렀다.

한사코 남편이 꿈꾸는 그 농장의 꿈을 탐탁해 하지 않았던 현리씨도 그 쯤 되고 보니 ‘아 이 사람 아무리 말려봐야 결국 동물들과 함께 살겠구나’ 싶어졌다.
결국 손을 든 쪽은 아내였다. 도시생활의 편리함을 알고 있는 주부로써 쉽지 않았지만 아예 10년 전부터는 농장으로 이사를 단행했다. 남편의 꿈을 돕기로 했으니 이왕이면 제대로 하라는 속내 깊은 결정이었다.

옆에서 가만 아내의 말을 듣고 있던 김씨는 “살다 보니 포기가 안 되는 일이 있더라.”며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아주 좋아했다”며 “직장을 떠나 광양에 터를 잡고 보니 산세 좋고 물 좋은 백운산 자락에 농장을 갖고 싶은 간절해지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넘게 여유가 생길 때마다 새들을 모으고 농장을 늘려나갔는데 그게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었다”며 “처음에 반대하던 아내도 어쩔 수 없었는지 포기를 하더니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고 아내를 다독였다.

그는 “집사람도 이제는 천성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제 내가 일에 욕심도 생겼는지 집안 생활은 잊고 농장 조성에 전념하라고 할 정도”라고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아예 얼마 전부터 아내 김현리씨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겠다며 생활전면에 나섰다. 멧돼지 전문 농장을 운영해 가족생계를 직접 챙기기로 한 것. 그나마 남는 이익금은 자연농장에 재투자해 남편을 적극 도울 생각이다.

제대로 해보라는 뚝심 좋은 아내의 결정. 부부란 참 좋은 것이란 생각이 이들 부부를 보면서 든다. 사진을 찍겠다는 기자의 말에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어깨를 기댄 채 활짝 웃는 김종승·김현리 부부의 얼굴이 많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