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유작 모아 발간하고 싶다”
“아버지 유작 모아 발간하고 싶다”
  • 최인철
  • 승인 2009.02.18 19:39
  • 호수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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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찾은 고(故) 이경모 사진작가 아들 이승준 씨

▲ 고 이경모 사진작가 아들 이승준씨.
“아버님의 작품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사장되어 가는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광양이 낳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고(故) 이경모 선생의 아들인 이승준 씨는 이경모 선생이 한국사진사와 역사에 많은 족적을 남겼음에도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지난 18일 아버지의 고향인 광양을 방문한 그는 “아버지는 카메라가 있다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실 정도로 카메라에 애착이 대단했다”며 “국내는 물론 일본 등 국외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이 씨는 “아버님이 생전 두 번의 작품집을 발간했다.

여순사건과 6.25 한국전쟁 등 한국사의 격동기가 모두 기록된 첫 작품집과 칠순을 맞아 작품집을 남겼다”며 “한국의 문화재에 마지막 여생을 다해 매달려 팔순이 되면 내놓겠다”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시곤 했는데 돌아가신 지 몇 해가 되도록 이 마지막 유언을 지키지 못해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고 이경모 선생은 1926년 광양읍 인서리 출신으로, 격랑을 치던 해방정국에서 호남신문에 입사해 해방과 건국, 여순사건 등 한국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에는 종군기자로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함께 누비며 소중한 역사를 기록한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사(史)의 시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진학계의 위치와 평가와는 달리 정작 고향인 광양에서는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한 채 지난 2001년 타계했다. 선생의 아들인 이 씨에게 이 같은 현실은 매우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게 사실. 선생이 남긴 작품을 정리하는데 막대한 시간이 들어가는 데다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점도 그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비록 선생의 마지막 여정 가운데 한 곳이었던 동신대학교에 선생의 카메라 1500여 점과 작품을 기증 받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사진박물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시작품이 변색되거나 수장고에 묻혀 있는 현실이여서 더욱 그러하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버님의 고향에 기념관을 건립해 작품과 유품이 사장되지 않고 새롭게 평가되도록 하는것”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개인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비록 “돌아가시면서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당부가 있기는 했지만 아버님의 일대기가 담긴 작품이 방치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광양시가 계획이 있다면 같이 협의해 고향에다 기념관 혹은  전시관을 건립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