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오빠 친구들 그리우면 어떻게 하죠?”
“언니 오빠 친구들 그리우면 어떻게 하죠?”
  • 최인철
  • 승인 2009.02.18 20:20
  • 호수 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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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폐교되는 옥룡중학교 마지막 졸업식

▲ 옥룡중학교 졸업생과 재학생, 동문들이 교가를 부르며 폐교의 아픈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회고사를 마친 노 교장의 손수건에 눈물자국이 묻어 있었다. 작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세 장이 넘는 회고사였지만 37년의 역사를 갈무리하기에는 너무 짧았다. 회고사를 듣고 있던 쉰 살 동문들의 눈시울에도 결국 물기가 내비쳤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던 저문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3월 1일 공식 폐교되는 옥룡중학교(교장 김진윤)의 마지막 졸업식이 지난 13일 교정에서 개최됐다. <본지 2월 11일자 1·11면 참조>

이날 졸업식에는 김진윤 교장을 비롯한 교사와 14명의 학생 그리고 학부모, 동문과 지역주민 등이 참석해 애잔한 심정으로 졸업식을 지켜봤다. 모교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동문들의 얼굴은 무거웠다. 침통함이 가득했다.

▲ 김진윤 교장

후배들의 마지막 졸업식에는 특히 이완(광양시청 광영동 근무)· 라상채(학교 운영위원장) 씨, 그리고 이평호(동광양농협 근무) 씨 등 이 학교를 첫 졸업생들이 참석해 모교의 마지막 일정을 지켜봤다. 이들은“착잡하고 안타깝다”며 “아이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막상 후배들의 마지막 졸업식을 지켜보니 가슴 한켠이 허전하다”고 말했다.

옥룡중학교의 폐교결정은 정부의 농촌학교에 대한 정책 때문이다. 20명이 넘지 못한 학교를 분교장 혹은 통합키로 한 까닭이다. 그런 탓에 옥룡중학교의 37년 역사가 담겨있는 김진윤 교장의 회고사는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앞으로 이 학교에서는 입학식도 졸업식도, 종업식도 없을 것 같다”고 무겁게 운을 뗐다. 김 교장은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동문선배들과 지역민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농촌지역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교문을 닫게 됐다”며 “이렇게 마지막 졸업식을 갖게 돼 죄송하고 서글픈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격한 감정을 참기 힘든 듯 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김 교장은 “37년 전인 72년 3월 개교한 이래 선배들은 제대로 된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공부시간 줄여가며 흘린 땀으로 교정을 다졌고 우리 후배들은 선배들이 다진 이 땅에서 뒹굴며 아름다운 추억을 그려왔다”며 “진리탐구를 외치던 옥룡중의 전통은 빛나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졸업생들에게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바로 모교”라며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이 말해 주듯 옥룡중은 여러분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한 뒤 “언제 어디서든 모교를 한층 빛내 달라”고 당부했다.

▲ 옥룡중 동문들과 후원단체 관계자들이 마지막 졸업식에 참석했다

또 재학생들에게도 “여러분은 이제 다음 달 2일이면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들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이 좋은 교정에서 졸업하지 못하고 읍내 학교로 통합된데 대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또 “앞으로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게 되겠지만 새로운 학교에 가더라도 누구보다 예의 바르고 실력 있는 학생이 돼 달라”며 “중학교 졸업장은 비록 다른 학교에서 받더라도 언제나 옥룡중학교 학생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 송사를 읽고 있는 옥룡중 2학년 김혜수 양, 김 양도 이날 졸업식을 끝으로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한다

아이들의 송·답사도 눈물겹기는 마찬가지. 졸업생과 재학생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이제 모두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재학생을 대표해 송사를 한 김혜수 양은 “학생 수가 적은 만큼 우리는 더욱 하나가 돼 생활했다. 학교 통폐합이라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 앞에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다”며 “언니 오빠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낸 지난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답사에 나선 마지막 졸업생 서진수 학생은 “너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너무 섭섭하다. 좋은 선배로서 더 많은 것을 채워주지 못하고 아쉬운 이별을 하게 돼 안타깝다”며 “새로운 학교에 가더라도 옥룡중학교에서 키운 강인하고 다부진 모습으로 씩씩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고 마지막 당부를 했다.
이날 졸업식은 학생들과 선후배 동문들이 모두 일어나 교가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마지막으로 부르고 들을 수 있는 사라질 옥룡중학교의 남겨진 교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