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에 돌탑 쌓은 주인공 찾았다
가야산에 돌탑 쌓은 주인공 찾았다
  • 이성훈
  • 승인 2009.02.25 19:02
  • 호수 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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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 발전을 위해 돌탑 쌓아 기원 빌어”

“누가 저 돌탑을 세운거야?"

“튼튼하게도 쌓았네, 정성이 가득하구만”

최근 가야산을 등반하는 등산객들에게는 곳곳에 쌓아놓은 돌탑이 화제 거리다. 가야산 곳곳에는 높이 2~3m의 돌탑이 곳곳에 세워져 등산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돌탑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쌓았는지 시민들은 모르고 있다. 이에 돌탑 쌓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봐달라는 시민들의 문의가 신문사에 빗발치는 등 돌탑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취재결과 최근 돌탑을 쌓은 주인공이 누구인 지 알 수 있었다. 광양시민의 한 사람이라는 A씨는 그러나 자신 이름을 비롯한 신원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쳐달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누구에게 자랑하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며 “이 돌탑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A씨가 가야산 곳곳에 돌탑을 쌓은 것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에 등산을 즐기는 그는 틈나는 대로 가야산을 등반하고 있다. A씨는 가야산에서 포스코와 광양항, 광양시청이 한 눈에 들어오자 어떻게 하면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지역이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돌탑을 쌓아 광양시 발전을 기원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A씨의 돌탑쌓기 수행은 이어진다.

그는 주제에 따라 다양한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포스코의 무사고와 발전을 기원하는 돌탑이 있고 광양시의 발전과 광양항을 바라보고 있는 돌탑도 있다.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한 돌탑도 있다. A씨는 “대한민국 축구발전 기원 돌탑은 원래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 염원을 위해 쌓기 시작했는데 예선에 탈락하는 바람에 주제를 바꿔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등산객들은 돌탑을 쌓고 있는 그를 보며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는 “수고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돌탑 쌓은 것은 누구에게 배웠느냐는 질문, 얼마 받고 이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 등 등산객들로부터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향이 좋고 광양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며 등산객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A씨는 행여 아는 사람이 보일까봐 모자를 푹 둘러쓰고 최대한 알려지지 않게 조심히 돌탑을 쌓고 있다. 그는 “되도록이면 등산객들이 적게 오는 평일이나 새벽에 주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돌탑 하나에 하루 세시간 정도 작업을 할 경우 10일 정도 소요된다. 돌탑에 사용되는 돌은 모두 주변에서 얻어온 것이다. A씨는 “주변에서 나뒹구는 돌을 하나씩 모아 돌탑을 쌓고 있다”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히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돌탑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웬만한 비바람에도 잘 견뎌낸다. A씨는 “비바람에 가끔 돌탑 꼭대기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지만 대체로 풍파에 잘 견뎌내고 있다”며 “그러나 등산객들이 돌탑을 훼손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 속상할 때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등산객들이 돌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좋을 텐데 돌탑에 올라가거나 꼭대기를 훼손해 보수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돌탑을 훼손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휴대폰 벨소리는 월드컵 응원가일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A씨는 “광양은 전남에서 유일하게 프로축구단을 보유하고 있다”며 “축구팬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전남 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더욱 더 열심히 뛰어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또 “포스코와 광양항, 백운산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한 광양시가 앞으로 더욱더 발전해 시민 모두가 잘 사는 도시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기자의 간곡한 요청에도 끝까지 신원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그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광양시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돌탑 쌓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광양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니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