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점·이천수 파문…전남 개막전 ‘대굴욕’
대량실점·이천수 파문…전남 개막전 ‘대굴욕’
  • 이성훈
  • 승인 2009.03.11 20:01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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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ㆍ자신감 ‘와르르’…15일 부산전 분수령

무릎끓은 드래곤즈 전남이 서울과의 개막전에서 1-6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하며 굴욕을 당했다. 특히 이천수는 불미스런 행동으로 결국 지난 10일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7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무릎을 끓고 팀을 재정비하고 있는 이천수의 모습이 전남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전남이 홈 개막전에서 대굴욕을 당했다. 지난 7일 드래곤즈 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서울과의 경기에서 전남은 1-6으로 대패했다.
전남이 6점을 내준 것은 지난 2000년 10월 11일 드래곤즈 전용구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에서 7-3으로 패한 이후 처음이다. 전남의 충격은 서울과의 경기에서 대량실점으로 패한 것뿐만이 아니다.
 이천수의 불미스러운 행동은 파문을 일으켜 팬들에게 이중고의 아픔을 주었다. 이천수는 진통 끝에 전남에 입단해 데뷔전에서 한 골을 넣는 등 좋은 기량을 선보였으나 선수로서는 해서는 안될 행동으로 자신은 물론, 구단과 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공격축구의 빛과 그늘…탄탄한 조직력 앞에 무릎 꿇어

올 시즌 공격 축구를 선보이겠다던 박항서 감독의 포부는 첫 경기에서 여실히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서울은 탄탄한 조직력과 기량으로 일찌감치 올 시즌 후승 후보로 점찍힌 상태. 전남이 첫 경기에서 강한 팀을 만나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고는 하지만 6점 실점은 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후반전에 서울은 승리가 확실해지자 주전 선수를 일부 교체하며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위해 선수들 체력 안배에 나섰다. 결국 서울이 후반전에 마음만 먹었다면 7~8점 이상 득점도 가능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같은 프로팀인 전남으로서는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셈이다. 

경기 초반부터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하며 중원을 장악한 서울은 전반 13분 한태유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쇄도한 김치우가 감각적인 헤딩슛으로 친정팀 전남의 골문을 갈랐다. 이후 전남에 암울한 그림자는 시작됐다. 전남은 전반 24분 상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슈바가 골문 중앙으로 크로스를 내주고 웨슬리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 이 골 찬스를 놓친 것은 결과적으로 전남에게는 불운의 시작이었다.

서울은 전반 27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아디가 마무리하며 두 번째 골을 장식, 승세를 굳히기 시작했다. 이후 전반 44분 정조국의 페널티킥으로 전반을 3-0으로 경기를 마쳤다. 서울은 전반이 끝나자 이미 승리를 확정지은 모습이었다. 이날 홈 개막전을 보려고 들른 1만6천여 명의 팬들 일부는 전반 경기가 끝나자 체념한 듯 하나둘씩 경기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후반전에서도 전남의 무기력은 계속됐다. 전남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이천수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천수는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공격을 진두지휘 하며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그러나 서울은 후반 10분부터 16분까지 3골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 전남을 수렁에 빠뜨렸다. 김치우, 기성용, 이승렬의 연속골로 전남을 6-0으로 초토화시켰다.  

결국 종료 직전 이천수의 프리킥으로 간신히 영패를 모면한 전남.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의 야유와 고개 숙인 선수들의 모습이 경기장에 보인 것은 당연했다. 전남은 최근 2년간 K리그에서 서울에 1무 3패를 기록하며 승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절대적인 열세였다. 결국 이번 개막전에서도 서울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이 드러났다.

박항서 감독 “수비라인 문제 있었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 전 염려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실점을 해 더 준비를 잘해야 할 것이다”며 “대량 실점을 했지만 큰 문제점들을 파악했기 때문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 고 소감을 밝혔다. 6골이나 내준 것에 대해 박 감독은 “수비진에 문제가 많았다. 포백라인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스리백으로 수비를 돌릴지 고민해야겠다”면서 “수비수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천수에 대해서도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체력만 가다듬는다면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며 가능성을 기대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웨슬리에 대해 “웨슬리는 일주일 전에 합류했다. 그동안 경기를 뛰어 몸 상태는 문제가 없었지만 전술적으로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며 “개인적으로 장점이 있는 선수여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전남은 영입한 선수들의 호흡이 덜 맞아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웨슬리의 위치 선정이나 한 박자 느린 템포가 자주 보였다. 잦은 패스미스로 인해 경기의 흐름을 상대에게 넘겼고 팀플레이도 맞지 않는 등 전체적으로 엉성한 짜임새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김선규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이번 홈경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내비쳤다. 김 칼럼니스트는 “수비진이 전체적으로 사인이 맞지 않고 선수 전체가 경직된 모습을 보여 경기를 더욱더 어렵게 풀어나갔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이 강팀이라는 점, 오늘 경기가 개막전이라는 점이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개막전에 출전하다 보니 기량 발휘를 제대로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이번 첫 경기에서 전남은 약점을 모두 보여준 것만큼 조직을 재정비해 새로운 각오로 뛰어야 할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니 다시 한 번 정신을 무장하고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천수 징계에 대해 그는 “이천수 징계로 감독의 운신이 좁아지고 선수들이 위축되는 등 팀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자세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부산전, 팀 사활 달려있어  
 
전남은 일요일인 오는 15일 오후 3시 부산에서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이 경기가 전남으로서는 올 시즌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미 홈에서 팬들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진 데다 이천수 징계 파문으로 어느 때보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에 전남이 부산을 이긴다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부산에게도 패한다면 전남은 지난해처럼 리그 초반을 험난하게 시작해야 한다. 부산에게 이겨 상승세를 만회해야 하는 이유는 오는 21일 토요일 홈에서 열리는 인천과의 경기도 관계가 있다. 전남은 최근 2년간 인천에 2무 3패로 절대 열세이기 때문이다. 부산전을 자칫 잘 못 치르다가는 시즌 초반부터 고전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과의 개막전에는 황선홍 부산 감독과 강철 코치가 경기장을 직접 찾아 관전했다. 황 감독과 강 코치는 전남-서울의 경기를 3점차 정도로 서울의 승리를 예상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경기 결과 예상외로 차이가 나자 의아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은 지난 2년간 2승 1무 1패로 부산에 약간 앞서있다. 김선규 칼럼니스트는 “부산에서 이번 경기를 보고 전남을 안정세나 다소 약체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이번 부산 원정 경기가 전남으로서는 올 시즌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