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도 이해 못하는 ‘방과 후 우수학습반’
교육계도 이해 못하는 ‘방과 후 우수학습반’
  • 최인철
  • 승인 2009.04.22 16:06
  • 호수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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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장들 “교육계 의견도 묻지 않은 사업 진행은 있을 수 없는일”

맞춤형 우수학습반 운영을 바라보는 일선 교육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공교육 신뢰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더나가 유명학원 강사 수업에 따른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도 염려스럽다는 분위기다.

의회 교육환경연구모임은 지난 20일 지역고교 학교장들을 초대한 가운데 지역교육관계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맞춤형 우수학습반 운영에 대한 교육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송기재 광양제철고 교장과 한문수 광양여고 교장, 박영식 광영고 교장, 김용호 광양실고 교장이 참석했다. 학교장들은 일제히 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맞춤형 우수학습반에 대해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문수 광양여고 교장은 “개선차원에서 금년(맞춤형 우수학습반 운영)안이 나왔는데 학교에선 의아하게 느꼈다. 외부강사 초빙은 교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지원해야 하지만 무용, 운동 등 두각을 나타내는 특기생에 대한 지원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식 광영고 교장도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맞춤형 우수학습반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박 교장은 “학교와의 충분한 협의 후에 결정돼야 하는데 무시하고 실시하는데 누가 이해하겠느냐”며 “시의 교육정책을 보면 남의 집 방에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기분”이라며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큰 틀을 정해서 학교 사정에 맞는 계획 마련해야 한다”며 “시가 우수학생를 데리고 나가버리면 가르치는 선생들도 힘 빠질 수 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교육은 교육자에 맡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용호 광양실고 교장은 “시의 인재육성에 대한 개념정리가 안됐다”며 “서울·연고대 입학이라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산업 이끌어갈 사람은 기능인력인 만큼 이들에 대한 투자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전문학교에 대한 무관심을 토로했다.

그는 “우수기능인재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시에서 전문계 학교 너무 방치하는 것 아니냐”며 “틀 안에 학교를 맞추지 말고 학교가 원하는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나가 “성적 우수학생만 지원한다면 기능인재들은 광양시민의 자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이 같은 교육계의 반응은 그동안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뒤 사업을 추진했다는 시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우수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구색맞추기식 여론수렴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는 시의 입장에서 이 같은 일선 교육계의 곱지 않는 시선으로 더욱 궁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