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대통령님 고이 가소서”
“사랑했던 대통령님 고이 가소서”
  • 최인철
  • 승인 2009.05.28 10:26
  • 호수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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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 시민분향소 ‘추모물결’ 끝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일째다. 토요일 조그만 시골마을인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날아든 비보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우리지역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시청 앞 미관광장에는 남녀노소 없이 많은 시민들이 분향, 헌화했고 생전 마지막으로 담배를 찾았다는 소식 탓인지 담배를 붙여 명복을 비는 이들도 많았다. 저녁시간이면 자녀들과 함께 가족단위 조문객이 많았으나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이나 출퇴근시간을 이용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고 있다.

충격에 휩싸였던 분위기도 점차 안정을 되찾으며 차분함 속에 떠나가는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으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화물연대는 당초 27일로 잡혀있던 상경투쟁 계획을 장례가 끝나는 이달 30일로 연기하고 추모물결에 동참했고, 전남 드래곤즈도 30일로 예정됐던 제2회 광양만권 3개시 기관 친선축구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뒤 우윤근 의원과 이성웅 시장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고, 현재까지 약 만여 명의 시민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직접 봉하마을을 찾아가 조문한 시민들도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은 퇴근 이후인 저녁시간을 이용해 추모의 발길을 움직이고 있다. 분향을 마친 뒤에도 쉽사리 분향소를 떠나지 못하고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에 대한 대화를 나누거나 시와 각 정당 시민단체가 마련한 노 전 대통령의 영상물을 스크린을 통해 담담히 지켜보았다. 또 많은 시민들은 분향소 주변에 촛불을 켜고 떠나는 전직 대통령의 밤길을 밝히기도 했다.

한 시민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방송을 통해 처음 접하고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눈물을 삼켰다. 그는 “이름 없고 힘없던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만 해도 서민들의 대통령으로 영원히 남을 줄 알았다”며 “현 정부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그물망식 수사가 결국 우리들의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시민은 “토요일 처음 방송을 보고 이후 며칠간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는데 이리 보내드려선 안 되겠다 싶어 직접 분향소를 찾았다”며 “마지막 가는 길에 꽃 한 송이라도 전해 드리고 비록 비극적인 생을 마감했지만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의 눈가가 점점 붉어졌다.
광양참여연대 박형배 상임대표는 “시민들의 추모열기가 예상보다 훨씬 뜨겁다. 자정을 넘어 새벽시간대에도 많은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고 있다. 그 만큼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끊임 없이 들어오는 조문행렬을 맞았다.

우윤근 의원도 26일 하루 상주역할을 하며 시민들을 맞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정권과 검찰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그 분이 이루고자 했던 서민을 위한 정치는 남아있는 민주당과 국민들이 지켜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시민분향소는 국민장으로 치러질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나는 29일까지 차려져 24시간 시민들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시민들은 오는 28일 밤 8시 시청광장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촛불추모제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