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이야기, 내 삶의 부채이자 의무”
“고향 이야기, 내 삶의 부채이자 의무”
  • 최인철
  • 승인 2009.07.16 09:44
  • 호수 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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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물 글쓰기, 과거로의 정신여행


우리지역 출신인 박혜강 작가는 현재 광양의 역사인물과 열애 중이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도선을 만나고, 최산두와 공맹을 놓고 한바탕 논쟁을 벌인다.
작가에게는 머리와 가슴이 옥죄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높은 정신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각고와 즐거움이 동시에 묻어나는 작업이다. 그 산고 끝에 작가 박혜강은 소설 <도선비기>와 <조선의 선비들 상하>를 출간했다.

이들 소설은 도선국사와 최산두 라는 한 시대의 정신이었던 우리지역 역사인물을 중심에 둔 작품이다. 그가 광양의 역사인물을 소재로 작품을 구상한 계기는 이성웅 시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수년 전 시의 초대로 광양 출신의 작가 김승옥, 주동후(작고), 정채봉(작고)와 함께 광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시장이 “고향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많이 써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그동안 광양은 아니지만 전남을 소재로 많은 글을 써 왔다. 제1회 실천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검은노을>은 영광, 장편소설 <안개산바람들(上下)>은 주암댐 일대를, 대하소설 <운주(전5권)>는 화순을 무대로 하고 있다.

그는 시장의 제안을 받고 고향을 소재로 하는 소설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연구하다가 인물이 많다는 고향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소설화하는 작업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그 첫 번째 작업이 <도선비기>다. 최산두를 소재로 한 지난해 발간한 <조선의 선비들>는 두 번째 결과물이다.

박 작가는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내 고향에 대해 갖고 있는 일종의 채무이거나 의무이랄 수 있다. 내 지역 이야기도 소설화하지 못하면서 다른 지역을 이야기한다는 게 늘 가슴에 남았다”며 “도선, 최산두, 매천 같은 우리 광양의 역사적 인물들은 광양인으로서 긍지를 갖게 해주는 분들이며, 우리 광양의 정신적인 스승이나 사표라고 생각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양의 역사인물을 소설화하는데 대하소설 <운주>를 쓰면서 역사공부를 해두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그 당시 역사공부만 6개월 이상을 했어요.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 지식으로 역사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새롭게 역사공부를 해야 하고, 또 그 시대의 풍습, 복습이나 모든 생활상을 연구해야 하지요. 특히 그 소설 특성에 맞는 공부를 또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도선비기>를 집필할 때는 역사 외에도 불교와 풍수지리 공부를 해야만 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공부가 얼마나 방대한지 짐작이 간다. 도선이 불교사적 의미는 물론 한국 풍수의 시조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가에 돗자리를 깔아도 낼 만큼” 풍수연구에 몰입했다.

또 <조선의 선비들>에서는 유학에 관한 공부를 해야 했다. 그래서 사서삼경 같은 책들을 수없이 읽었다.

박 작가는 “당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게는 천 년 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눈에 잘 잡히지 않아서 문학적인 상상력이 잘 발동되지 않았다”며 “역사소설을 집필할 때 문학적인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왕성해지기 위해 그 시대로 정신 여행을 떠나야할 정도”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광양의 역사인물 소설화 작업은 제가 아니라도 그 누군가가 언젠가는 해낼 작업”이라며 오히려 기회가 주어져 감히 소설화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은 매천 황현이다. 특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순국 100주기이 되는 내년 1월 발간예정이어서 부담이 크다.

그는 “역사인물을 소설화할 때 아주 옛 인물은 자료가 없어서 고생이고, 근대인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거나 공부를 많이 했던 분들(논문이나 자료 소장)이 많아서 그르칠까 조심을 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소설은 학술적인 것이 아니라 문학적인 것이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며 웃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