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행기로 꿈꾸는 자유 ‘아름다운 비행’
경비행기로 꿈꾸는 자유 ‘아름다운 비행’
  • 최인철
  • 승인 2009.09.24 10:23
  • 호수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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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다. 중력 이전 신화의 시대에서부터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비행이란 자유와도 같은 말이다. 비록 인간의 비행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으나 무한 자유를 꿈꾸는 도전은 멈춰지지 않는다.

“프롭 클리어”

지구가 빨아들이는 중력의 저항을 이기고 비행기는 하늘을 난다. 왼손으로 스로틀을 밀어 서서히 출력을 올리면 엔진소리가 커지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내달리기 시작한다. 출력을 최대로 올리면 활주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체의 진동도 심해진다. 기체가 진동이 심해지는 것은 중력과의 싸움 때문이다. 그때 스틱을 가볍게 당기면 심하던 진동이 일순간 고요를 끌어당긴다. 기체가 땅에서 떨어지고 비로소 비행이 시작된 것이다.

하늘에서 보는 광양만은 황홀하다. 백운산과 컨테이너부두, 광양제철소가 표피에 숨은 세포를 하나하나 일깨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간질간질 오감을 자극한다. 광양만이 가진 지형적 아름다움은 결코 땅에서 보는 것에 비견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직 단풍의 빛깔을 담지 않고 푸르름이 싱싱한 백운산 억불봉과 상봉이 바투 아래서 발을 간지럽힌다. 청고등어빛처럼 파란 수어천이 넘실댄다. 섬진강은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를 휘감으며 바다로 스며든다. 섬진강과 광양만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이 이러르면 옥진뜰과 너른 청암뜰의 나락들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가야산의 품에 안겨 있는 도심의 풍경은 내내 평화롭다. 그 안에서 어떤 갈등과 반목이 담겨 있던지 그것은 인간의 일, 그것에서 잠시 놓여나는 해방감은 생명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오르가즘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1800미터 상공에서 땅과 바다가 숨겨 놓은 산하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농밀한 즐거움이다.

무게 250kg, 그 안에서는 대기의 작은 흐름조차에도 몸이 강하게 반응한다. 두려움과 즐거움 사이에서 눈과 몸은 지상의 나를 잠시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