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에서
대숲에서
  • 광양뉴스
  • 승인 2009.11.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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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인 철

모진 바람 앞에 꺾이지 않은 대숲이다
천 개의 손 천 개의 입들이 모여
온 목청껏 우렁차게 울 줄 아는 대숲이다

한 세월 흘러 마디 굵은 10년

오래고 오랜 세월 목울음 참고 참다
기어이 득음 타는 소리꾼처럼 그대도
거친 강바람 끝내 이기고
신 새벽 깨우는 대숲 같은 울음을
마침내 가졌구나

그 세월,
저무는 강가 지친 강물에 고단한 발을 씻는
농투사니 갈라진 손 틈새에도 스몄다가
공사판 막노동 쓰린 소주잔
무너져 내린 먹먹한 가슴에도 스몄다가
사방천지 아픈 가슴들 쓰다듬는
따뜻한 손이었더라  
자귀나무 잎새에 맺힌 맑은 이슬처럼 잔잔하였으나
산을 갉아 엎고 바다를 통째 뒤집는,
더러운 것들 저 악한 것들 휩쓸어 내는
우람한 폭풍이었더라

그러나 강물 위를 날아가는 무심한 새들도
겨울 들녘 새벽 서리 앉는 일에 마음 저밀 줄 안다
그대도 저와 같아서
사람꽃 피고 지는 일에 마음 거두지 말아라
밝고 흐린 것 모두 저와 같아서
사람 가는 길에 풀꽃이 되라
생명 걷는 길에 희망이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