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권 통합 무산…통합반대 81.7%
광양만권 통합 무산…통합반대 81.7%
  • 이성훈
  • 승인 2009.11.12 09:11
  • 호수 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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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의 주도로 추진된 광양ㆍ여수ㆍ순천ㆍ구례 통합 논의가 무산됐다. 그동안 의회를 비롯해 시민ㆍ사회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통합 반대 움직임을 펼쳐왔던 우리 지역에서는 이번 결과가 “당연하다”며 환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광양시의회의 통합 여론조사에 이어 정부에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통합 반대가 압도적으로 나타나자 “순천시의 일방적인 통합 논의를 거부해온 민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일방적인 통합 추진의 폐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고 평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4일부터 6일까지 자율통합건의서가 접수된 전국 18개 지역, 46개 시군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민의견조사 결과 찬성률이 높은 전국 6개 지역, 16개 시군 통합안에 대해 해당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행안부 조사…통합 반대 80% 넘어

여론조사 결과 여수권 지역으로 분류된 광양ㆍ순천ㆍ여수ㆍ구례의 통합안은 지역 주민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여수권 지역 여론조사는 광양ㆍ순천ㆍ여수 시민은 1천명, 구례군은 500명으로 총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조사 내용은 통합안에 대한 찬반여부를 묻는 단순 형태였다. 조사방식은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 조사로 이뤄졌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첫째안인 여수-순천시의 통합은 여수시에서 찬성 45.4%, 반대 54.6%로 나타났다. 순천시의 경우 찬성 68%, 반대 32%로 나타났다. 둘째안인 여수-순천-구례 통합은 여수 찬성 25.8%, 반대 74.2%로 반대가 압도적이다. 순천시는 찬성 51.2%, 반대 48.8%로 찬반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으며 구례는 찬성 58.3%, 반대 41.7%로 찬성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셋째안 여수-순천-광양-구례 통합은 여수에서 찬성 51.8%, 반대 48.2%로 엇비슷하게 나왔으며 순천은 찬성 77%, 반대 23%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광양은 찬성 18.3%, 반대 81.7%로 광양시민 대부분이 통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례군은 찬성 63.4%, 반대 36.6%로 찬성이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광양시가 ‘열쇠’…광역통합 준비해야

세 가지 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합의 중심에 광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수-순천만의 통합은 해당 지역 시민들도 반기지 않을뿐더러 여수시도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만큼 통합에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안 역시 광양을 제외한 3개 시군 통합은 해당 주민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세 번째 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광양시의 위상을 그대로 알 수 있다. 광양을 제외하고 3개 시군 모두 찬성률이 5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 결과 광양만권 통합 중심에는 광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른 지자체들도 인정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광역광양만권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광양시로서는 광양만권 통합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게 됐다. 앞으로 광양만권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광양시의 의사가 절대적이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통합에 있어 여수ㆍ순천시에 수세적으로 몰리며 끌려다녔던 광양시로서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시의 위상 정립은 물론, 광역광양만 통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명완 의장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규정했다. 장 의장은 “그동안 의회에서 4개시군 통합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왔고 이는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받았다”며 “정부는 시민의 뜻을 잘 새겨듣고 더 이상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장 의장은 이어 “앞으로 광양시는 광역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지금부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광역 통합을 준비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양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행안부의 여론조사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남해, 하동을 아우르는 광양만권 통합을 주장하는 시의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반대추진위 “민심은 확고”

서옥기 도시통합반대추진위 공동대표는 “이번 여론 조사는 당연한 결과”라며 “지난달 시의회에서 여론 조사한 것처럼 이번에도 민심은 확고했다”고 평했다. 서 공동대표는 “통합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서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추진위는 조만간 모임을 갖고 공식 입장과 앞으로 행보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앞으로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통합 반대 현수막을 철거할 계획이다. 서옥기 공동대표는 “통합안이 무산됐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통합 파동을 계기로 지자체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