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감소…통폐합이 능사 아니다”
“학생 감소…통폐합이 능사 아니다”
  • 최인철
  • 승인 2009.11.18 20:59
  • 호수 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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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학교’로 활로 찾는다


옥룡북초의 분위기는 여느 농촌학교의 위기와는 다르다. 물론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교직원들의 고민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도심권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도심권 학생들의 전학을 유도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옥룡북초는 꾸준히 학생 수를 유지하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백운산 계곡을 따라 산장 등 젊은 부부가 다시 고향에 정착하면서 많지는 않지만 학구 내 학생들의 수가 자연발생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상진 교장은 “일반 농촌학교와는 달리 옥룡북초 학구지역은 대다수가 백운산 계곡을 중심으로 산장을 운영하는 등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풍족하다”고 말했다.

물론 옥룡북초에게 통폐합은 당장 코앞에 닥친 문제다. 옥룡초와의 통폐합 문제가 제기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학생 수 감소를 근거로 통폐합 대상이 되는 농촌학교를 바라보는 이 교장은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는 “무조건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다. 이것은 돌아오는 농촌시책과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 교장은 “돌아오는 농촌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것이 학교다. 그런 현실을 무시한 채 학교를 폐교 시키는 것은 모순이다. 학교를 유지하면서 농촌정주여건을 만들어 놔야 한다”며 “학교는 돈을 벌자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농촌지역의 교육복지 차원에서 학교를 존속시켜야 한다. 교육여건을 더 갖춰서 정책적으로 아이들이 돌아오는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3월 옥룡중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지켜본 옥룡면민과 초등학교 아이를 둔 학부모, 학생들의 마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중학교 폐교가 인구유입정책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석하지 않아도 이들에게 곧 닥칠 한파다.

무엇보다 문제는 바로 교육이다. 도심과의 교육편차를 해결하는 게 돌아오는 학교로 만드는 근본 해결책이다. 이를 옥룡북초는 유치원에서부터 6학년에 이르기까지 전교생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데서 해결점을 찾고 있다. 즉 학원 등 사교육권역에 포함된 도심권 학생들과의 학력편차 문제를 공교육 내부에 편입시킴으로써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답곡마을 등 학구 내에 신규주택 등이 많이 건립되고 있고 주변지역이 관광지로 활성화되고 때문에 시골학교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옥룡북초는 현재 컴퓨터와 영어, 축구, 한자, 피아노, 논술부분에 대한 차별화 교육을 전면 무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영어의 경우 현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조하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추진했던 분야다. 원어민 강사를 초빙해 매주 목요일 전교생에게 교육하고 있으며 방과 후 교실에서도 이루어진다. 이상진 교장은 “농촌학교 영어교육이 도시권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를 극복해 내는 게 농촌학교 교육의 차를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했다”며 “영어를 못해서 차별받지 않도록 부임 초부터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옥룡북초의 영어교육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담당교사가 영어기초를 가르치고 방과후 교실을 통해 영어학습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영어가 가능한 생활영어를 3단계에 놓고 회화 중심의 교육이 뒤따른다.

이 교장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탓에 대다수 학부모나 학생들의 생활수준이 높다. 하지만 지역적인 특성이 아이들 수업 끝나고 학원들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며 “이를 특성화된 방과 후 교실을 추진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높여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옥룡북초의 가장 큰 장점은 동문은 물론 지역사회의 지원이나 협조시스템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문은 물론 지역사회가 옥룡북초의 자생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장학금과 교비지원, 방과 후 학교에 이르기까지 옥룡북초 교육을 위한 다양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동문회 차원에서 졸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이 교장은 “학교 교육에 대한 동문들과 지역사회의 관심은 대단하다”며 “총동문회나 각 기수별 동창회별로 학년을 정해 학년자매결연을 통해 참고도서에서 부터 많은 것을 지원해 오고 있다”고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옥룡북초가 꿈꾸는 학교는 건강한 학교다.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시설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도심권 아이들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아토피나 천식 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건강한 학교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옥룡북초가 가진 자연조건은 탁월하다. 백운산의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은 천혜의 조건이다. 

이상진 교장은 “건강을 유지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학교, 건강한 학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학부모들에게 다가간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은 물론 아이들의 정서적, 심리적인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건강학교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