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한 자가 복을 받습니다
온유한 자가 복을 받습니다
  • 김 묘 곤 중마중앙교회 목사
  • 승인 2009.11.26 09:31
  • 호수 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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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에는 '하아로우의 실험'이라는 이론이 있다. 심리학자인 하아로우 교수가 원숭이 실험을 통하여 얻은 이론이다. 젖을 먹는 아기 원숭이들 앞에 엄마 원숭이 대신 두 개의 인형을 만들어 놓았다.
하나는 철사로 엄마 원숭이처럼 만들어 그 가슴에 우유병을 넣어두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두꺼운 천으로 만든 엄마 원숭이 품에 우유를 넣었다. 아기 원숭이는 천으로 만든 인형의 우유를 먹었다. 이 실험을 통해 동물들도 부드럽고 온유한 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인간관계도 그렇다. 날카롭고 딱딱하고 매정한 사람보다 부드럽고 온유한 사람을 서로 찾는다. 같은 재능, 같은 기술,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은 온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부드럽고 온유한 사람에게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
온유한 마음이 있는 곳에 훈훈한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건전한 사회생활이 있다. 온유함으로 사람을 대하게 되면 경직된 관계도 부드러워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도 깊어져서 서로 화평을 이루게 될 것이다.

'가장 겸손한 선지자 칼빈'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종교개혁자 칼빈이 이태리에서 스트라스버그로 가는 길에 그의 친구 윌리엄스 페넬을 만나기 위해 제네바에서 잠깐 머물게 된다. 이때 그 친구 페넬이 말하기를 제네바에서 종교개혁 운동을 하자고 자꾸만 권한다. 본래 칼빈은 연구 생활을 해서 훌륭한 학자가 되려고 했다. 그런데 친구의 끈질긴 권유를 받은 칼빈은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제네바에 머물면서 종교 개혁 운동에 가담한다.

하지만 이 칼빈은 너무나도 엄격하고 철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사게 되어 결국 3년 후에 제네바시의 시의회의 결의에 따라 추방을 당하게 된다. 그럴 때 그는 아무 원망도,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은 지 3년 후 아무래도 칼빈이 있어야 이 일이 바로 되겠다고 생각하여 다시 초청을 한다. 이때에도 역시 칼빈은 그것을 하나님의 뜻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다시 돌아온다. 보통 사람 같으면 쫓아낼 땐 언제이고 오랄 때는 언제이냐며 역겨워 할 것이지만 그는 가라고 할 때 갔으며, 오라고 할 때에 아무 말 없이 다시 돌아왔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중에 그대로 돌아와 제네바에서 큰 역사를 이루며 종교개혁을 성공시켰고 나아가 오늘의 제네바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온유한 것이다. 역사는 바로 이러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노자는 상창이라는 스승에게서 도를 배웠다. 어느 날 상창이 늙어서 죽게 된 것을 노자는 스승을 찾아가서 "사부님, 사부님께서 세상을 뜨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고 부탁하자, 상창은 얼마 동안 노자의 얼굴을 보더니 입을 열고는 "내 이빨이 있느냐?" 하고 물었다. 노자는 "없읍니다" 라고 대답했다. 다시 상창은 "내 혀는 있느냐?" 하고 물었다. 노자는 "사부님 혀는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상창은 "자, 이제 알겠느냐?"고 했다. 노자는 "사부님 알겠읍니다. 사부님 감사합니다." 하고 큰 절을 드리고는 물러 나왔다고 한다.

이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는 간단명료하다. 그렇다면 노자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일까? 이 세상에서 이빨처럼 굳고 강하고 날카로워서 입술과 혀를 물어서 피를 내는 것은 부러지고 깨지고 빠져나가고 없어진다. 그러나 혀처럼 바보스럽게 물리고 피가 나는 것은 남아있게 된다. 노자는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만이 오래 남는다는 진리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도 명령이 아니라 부드러움 이다. 부드럽다는 것은 현실과 타협하거나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껴안을 만큼 크다는 것이요,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을 만큼 현명하다는 것이다. 강한 사람이란 많은 사람들의 힘을 이끌어내는 사람임을 생각할 때 부드러움은 곧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