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없지만 가족들에게는 미안”
“후회는 없지만 가족들에게는 미안”
  • 최인철
  • 승인 2010.03.25 09:33
  • 호수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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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덕재 전 광양농협 조합장

50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흐르는 듯했다. 지난 22일은 이덕재 광양농협 조합장의 퇴임식이 있던 날, 그의 퇴임식에는 이성웅 시장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또 농협중앙회 임원 농민신문사 발행인, 각 지역농협의 조합장 등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지만 그의 눈길은 농협직원과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에게 머물렀다. 그는 연신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이덕재 조합장은 “오늘은 50년 가까이 차고 다니던 농협 뱃지를 떼고 이렇게 농협을 떠나는 날”이라며 “오직 농민과 농협이라는 외길을 걸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농협직원과 조합원 덕분”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농협인으로 평생을 살면서 어려운 농업인과 함께 하고 농업인께 봉사하는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도 했다.

또 주유소 개점과 2005년 하나로마트 개점, 2008년 미곡 종합 처리장 준공 등도 아직까지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했다. 이 조합장은 무엇보다 “우리 오이작목반에서 생산한 오이를 일본에 수출해 일본시장에서 광양오이의 명성을 얻었을 때 그 기쁨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잠시 뒤 퇴임사를 읽어가던 그가 말을 잊었다. 그리고 “집사람이 가정생활에서는 ‘빵점’이라고 한다”라는 말끝에 퇴임을 앞 둔 조합장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그(집사람) 말이 맞다. 정말 가족에게는 죄인이다”며 “농협에 쏟았던 열정을 가정을 지키는데 쏟았으면...”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퇴임사 뒷부분에는 ‘든든했던 큰 딸을 멀리 보냈겠는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쓰여 있었지만 눈물 때문에 말은 잘 전달되지 않았다. 그가 눈물을 보이자 그 곁을 지키던 아내나 그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농협을 찾은 가족들도 모두 흐느꼈다.

그는 큰 딸아이를 지난 2005년 갑작스런 폐혈증상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아이를 가슴에 묻은 슬픈 아버지였다. 지금 와 생각하면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과 애정을 함께 했더라면 회한이 어찌 없을까.

이 조합장은 “(큰 딸이)저 앞자리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 가슴이 더 미어진다”면서도 애써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갈무리 한 뒤 “이 자리를 통해 집사람과 가족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찬찬히 가족들을 둘러보았다.

또 “형인 나를 하늘 같이 생각하고 모든 일에 나의 뜻을 따라 준 동생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사랑하는 동생과 그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로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 조합장은 “농협직원에게도 ‘고마웠다’는 말을 전한다”며 “인생은 심는 대로 거두는 농사다. 열심히 농협을 위해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덕재 조합장은 퇴임 뒤 남해화학(주) 상임감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