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남아있는 가족에게 관심을 가질 때
이제는 남아있는 가족에게 관심을 가질 때
  • 광양뉴스
  • 승인 2010.05.03 09:33
  • 호수 3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호 광양시건강지원센터장
이재호 광양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
먼저, 조국의 부름을 받고 나아가 자신의 생명을 바쳐 임무를 수행했던 돌아오지 못한 46명의 병사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생을 마감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어쩌면 가장 숭고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들의 죽음 앞에서 남겨진 우리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는 것이 도리요. 남겨진 가족에 대한 예우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지 1개월이 지나도 아직 원인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정치권은 6월 선거를 겨냥하여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석하기 위해서 안달이다.
사건에 대한 물증은 없고 심증만 가지고 언론을 동원하여 각종 루머를 만들어가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간첩사건을 터뜨리는 등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자식·남편을 심리적으로 보내지 못하고 남겨진 가족에게 대해 국가는 일말의 죄책감은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의해 죽은 형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살한 동생의 기사가 있었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더니 자살한 자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일주일 뒤 똑같은 장소에서 자살을 택한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우리는 서해에서 귀한 목숨을 잃은 장병들에 대한 애도와 함께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가질 때이다.

가족구성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는 ‘천안함 침몰사고’와 같은 사고사도 있을 수 있으나 ‘자살’의 경우도 포함된다. 갑작스러운 죽음의 형태 중의 하나인 자살이 주변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미국자살연구협회에 따르면(2006년) ‘한 사람의 자살이 가족·친지·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 6 명에게 정신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또한 대만의 연구기관 아카데미아 시니카(Academia Sinica)의 자살연구 결과(2000년)에 따르면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살할 확률이 4.2배 높았고, 최근 1년간 주변인·건강·포부 등의 상실 경험이 있는 경우는 9.8배 높았다. 가족원의 갑작스러운 상실은 너무도 극복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스트레스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기에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함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남겨진 가족원들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담당하지 않고, 그러한 분위기를 국민들에게 떠밀어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하려는 성금 모금이나 조문 정국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이제는 이러한 유사한 사건·사건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위기개입 체계를 갖추는 것이 ‘천안함 사고’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다.
위기개입모델은  위기로 인한 불균형 상태를 회복하기 위하여 일정한 원조수단을 개인, 가족, 집단 그리고 지역사회 등에 적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즉 이 모델은 자연재해나 갑작스런 생활상의 사건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의 감정을 일시적으로 경험하거나 이로 인해 압도당하거나 발달상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 이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에서 나왔다.

위기개입 모델은 기존 모델의 절충적이고 통합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서비스 지원과 위기 이후 발생할 수도 있는 심리적 붕괴현상의 예방에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체계를 빨리 구축하는 것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가 건강가정을 육성한다라는 전략에 맞아 들어간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