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이겨내니 떳떳하고 자랑스러워
어려움 이겨내니 떳떳하고 자랑스러워
  • 박주식
  • 승인 2010.06.21 09:34
  • 호수 3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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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에 의류기증한 이옥이 씨

“인터뷰는 무슨... 부끄럽게”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이옥이 씨다. 그러나 “언니, 좋은 일은 많이 알려야 돼요. 모두가 부끄럽다고 뒤로 숨으면 세상에 밝은 이야기가 어디 있겠어요”라며 설득하는 최금자 통장의 한마디가 결국 마음을 돌린다.

금호동 백운쇼핑센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옥이 씨. 그는 지난 7일 중마동 아름다운 가게에 의류 100여점을 기증했다. 이옥이 씨의 의류 기증은 2년 전 그가 어려웠을 때 금호동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불우이웃성금과 김장김치로 어려운 생활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것.광양제철소 직원가족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던 이옥이 씨에게 어려움이 찾아온 건 10여 년 전 남편이 사기를 당하면서다.

하루아침이 모든 것을 다 잃고 남편이 25년을 다녔던 직장마저 다닐 수 없게 되자 살길이 막막했다. 이옥이 씨는 “결혼 25년 동안 너무너무 잘 살았는데, 달랑 18평 집하나 남기고 모든 것을 다 잃고 사채업자들의 협박까지 받고 보니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어려워 보니까 어려운 사람 심정 알게 되고, 비로소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거만하게 살았는지 반성도 하게 됐다”고 한다.

이옥이 씨는 이 어려움을 지금도 하고 있는 옷 가게로 풀어냈다. 사고 전 이미 하고 있었던 옷 가게였지만 그것만으론 생활을 전환 할 수가 없었다. 가게 세내기도 버거워 집에서 옷장사를 할 까, 포기를 할까를 고민하던 중 고급제품이지만 이월된 상품을 싸게 팔수 있는 길이 그에게 찾아왔다. 처음 1만 원짜리 1백여 벌을 받아들었을 때 그는 반 미친 사람이 됐다. 때 묻은 건 빨고, 잘못된 건 수선도 직접하며 한 달 간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매달렸다. 

그의 정성은 곳 답이 왔다. 좋은 물건 싸게 파니 사람들의 발길이 그의 옷가게를 찾게 된 건 당연한 일. 이후 그는 꾸준히 장사를 이어 갔고, 지금은 쇼핑센터 내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집으로 통한다. 이옥이 씨는 “처음엔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다 있나 낙망도 많았지만, 지금은 노든 것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게 스스로 떳떳하고 자랑스럽다”며 “이렇게 장사를 하며 살 수 있었던 것 모두가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기에 늘 금호동 주민들에게 감사하며 살겠다”고 한다.

그는 또 “비록 천원에 목숨을 걸며 장사를 했지만 장사꾼이란 소리보단 좋은 옷 싸게 잘 사 입었다는 소리를 듣기위해 양심껏 팔기위해 노력했다”며 “언제까지나 광양에 함께 살면서 주민들에게 봉사하며 도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옷가게엔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꼭 옷을 사러 오는 것뿐만 아니라 그냥 오며가며 들리는 곳, 지역 농산물을 살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힘들게  농사 지은것을 모른척 할수 없어 알음알음으로 가져오는 방울토마토며 땅콩, 보리쌀, 고사리 등을 가져다 파는 만물상이다.

그는 늘 포스코 잘되기만 바란다. 그의 고객이 대부분 포스코 직원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백운쇼핑 센터가 좀 더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들을 위한 쇼핑 공간임에도 다른 지역에 대형매장들이 생겨나면서 백운쇼핑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옥이 씨는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는 물론 좋은 물건 싸게 팔고 식당과 주점 등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백운쇼핑센터를 내 집처럼 편하게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옥이 씨는 “순간만 참으면 좋은 일이 온다. 예전엔 모르니까 쉽게 얘기한다고 생각했는데 겪어보니까 그 말이 맞더라”며 “세월이 흐르면 진실은 밝혀지는 만큼 당장의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모두가 좀 더 인내하며 살았으면 좋겠다”한다. 자신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작은 정성이지만 불우이웃 돕기 대상자로 선정해준 최금자 통장과 주민들에 대한 감사를 마음에 담고, 이제 다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선 이옥이 씨의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