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봉사 멈추지 않을 것
마지막까지 봉사 멈추지 않을 것
  • 박주식
  • 승인 2010.07.12 09:23
  • 호수 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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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평등부부상 수상한 김영배 · 박점옥 씨

전생에 천 번의 만남이 있어야 비로소 현실에서 부부의 연으로 맺어진다고 하니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것이 부부사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살을 맞대고 살다보면 아내는 남편의 소중함을, 남편은 아내의 고마움을 간혹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의지가 되고 가까운 사이지만 너무나 친숙해서인지 그 만큼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래서 평등이라는 단어가 말처럼 쉽게 성립되지 않는 게 또한 부부사이다.

우리 사회의 근간인 가정에서 가족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고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가족문화 형성에 기여한 평등부부. 지난 8일 열린 제15회 여성주간 기념 및 2010 여성문화축제에선 김영배ㆍ박점옥 씨 부부가 평등부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제가 받은 상이 아니라 그동안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밀어준 남편 김영배 씨가 받은 상입니다”
박점옥 씨는 “남편의 이해와 지원이 없으면 사회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세대였다”며 30여년 한결같은 믿음으로 지원해준 남편에게 먼저 감사했다. 웬만한 사람은 모르는 이가 없는 박점옥 한마음봉사회장. 그의 봉사는 3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마포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남편과 서울에서 생활하던 박 회장부부는 고향의 시부모가 건강이 악화되자 고향인 용강리 기두마을로 내려왔다. 남편인 김영배 씨가 9남매의 장남이다 보니 이들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귀향 후 남편은 철도청에 잠시 일하기도 했으나, 곧 비닐하우스와 농사일에 전념했다. 박 회장이 바깥일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동네 새마을 부녀회장. 동네에서 마땅히 할 사람이 없다며 떠미는 통에 시작한 부녀회장이다. 하지만 일을 맞고 보니 자꾸만 할 일이 생겨났다. 명색이 서울물을 먹은 그에게 조그만 고향마을의 환경이 양이 찰리가 없었다.

마을 환경정화는 물론 마을입구부터 회관까지 꽃을 심고, 곳곳에 벚나무 개나리를 심어 마을 환경을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사회활동은 이후 광양군 새마을부녀회장, 광양시생활개선연합회장, 광양향교 여성유도회장, 광양읍발전협의회 부회장, 평통자문위원, 112자전거봉사대 부회장, 한마음봉사회장 등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30여년 한시도 쉬지 않고 봉사활동에 전념한 것이다.

이런 그의 활동은 언제나 그를 믿고 지원해 준 남편 김영배 씨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회장은 “당시는 남자들이 여자를 내 보내서 일하게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세월이었다”며 “남편이 믿고 밀어준 만큼 더 몸가짐을 조심했고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는 “바쁜 농사철 놉을 얻어 일 하다가도 나가야할 일이 있으면 남편이 먼저 나서 어서가라고 독촉하기까지 했다”며 “평생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남편께 늘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남편의 지원은 일찍이 여자도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는 깨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배 씨는 “아내는 처음부터 사회활동을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마을일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바깥일은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로 아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가급적이면 부담을 주지 않고 일에 전념토록 했다”고 한다.

두 부부는 벌써 일흔을 넘긴 나이다. 하지만 봉사에 대한 열정과 활동은 예전과 다름이 없다. 부부는 2남 1녀의 자녀들이 모두 단 한 번도 속 썩임 없이 훌륭하게 장성해 각자의 생활에 충실함으로써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도 자랑스럽다.
박점옥 회장은 “봉사를 하면 재밌고 의욕이 넘쳐 난다”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봉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 소망했다.

박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