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바라보는 두 나라의 시각
자살을 바라보는 두 나라의 시각
  • 광양뉴스
  • 승인 2010.09.13 10:00
  • 호수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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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청암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무튼 사회복지를 하다보니 관심이 있어 그런지는 몰라도 최근 신문을 펼치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끔직한 생각은 오늘은 또 몇 명이 어떠한 방법으로 자살했지라는 생각이다. 이젠 혼자서 단순한 방법으로 자살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사거리도 안된다. 적어도 지난 5월 18일에 일어난 것처럼 8명이 하루에 자살했다라는 것이 기사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1990년대 이래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자살률이 꾸준히 감소한 반면 유독 우리나라만 자살률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2008년 기준 하루 35명, 40분에 1명꼴로 자살하고 있다.

  “하루 평균 35명 자살”, 헝가리 이어 2위=18일 통계개발원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1만2천858명이다. 하루 평균 35명, 40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남자는 인구 10만명당 32.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헝가리(36.3명)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였으며 여자는 13.2명으로 가장 높았다.

  전통적으로 자살률이 높다고 알려진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자살률을 보이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자살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최고의 자살 국가가 됐다.

  공교롭게도 5월 1일 일자 헤럴드경제는 중국에서도 똑같이 8명이 죽었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에서는 자살이 아닌 ‘몯지마 살인’으로 벌어진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자살은 수동적 공격성이고 살인은 능동적 공격성이다. 결국 자기 스스로 자신의 공격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의 증상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타나는가에 따라서 자신이 다치거나 타인이 다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방향성의 차이지 결코 근본적인 원인의 차이는 아니다. 그러면 사회복지적으로는 각국의 정부는 어떠한 대처방안을 내놓고 있는가가 더욱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자살하거나 묻지마 살인을 하고 자신도 죽어버리는 이유는 살 맛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학계는 자살의 원인이 꼭 우울증인양, 정신과 약만 먹으면 되는 것처럼 포장하여 광고성 기사를 내보내는 것을 가끔 보게 될 때 너무 마음이 아프다. 결국 정부가 살 맛나게 해주면 간단한 데 그러한 방법을 모르다니 중국에서 배우길 바란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건들은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낙오자가 됐다고 여기는 이들이 더 약한 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름으로써 사회에 보복을 하려는 행위로 보고 있다. 인민대학 저우샤오정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궁극적인 해법은 사회의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고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지 <신세기 주간> 사이트에는 “도대체 이 사회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빈부차이가 너무 크고, 사회가 너무 불공평하고 사회 모순이 너무 격화됐다. 약자들의 사회에 대한 보복이다. 중국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중국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국가세무총국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징수관리를 강화한다는 통지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아직도 고소득층의 실질 세부담이 OECD 평균(31.4%, 우리나라는 15.2%)보다 엄청 낮으니 살맛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부자감세정책은 변화된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아! 아직도 많은 젊은이나 어르신들이 수동적 공격성을 버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마도 이러한 수동적 공격성은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안에서 복종할 수 있도록 순종적으로 길러진 결과임을 볼 때 가슴이 무너진다. 오늘도 기로에선 많은 사람들이 제발 죽지말고 살아서 단 한 번 만이라도 “살 맛나는 세월”을 즐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