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고 뚝방길 내달리는 재미 ‘세상에서 최고~’
말 타고 뚝방길 내달리는 재미 ‘세상에서 최고~’
  • 홍도경
  • 승인 2011.04.04 09:32
  • 호수 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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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 - 이정재 ‘말 키우는 아저씨’

광양읍 용강정수장을 지나다 보면 우리지역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광경 때문에 눈을 의심하게 된다. 넓은 들판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말을 구경하기는 쉽지만 우리지역에서 말을 본다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말을 향해 찾아간 곳에는 이정재(50·광양읍 익신리) 씨가 말에 안장을 채우며 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말고삐를 당기며 힘차게 “이랴~”를 외치는 이 씨의 모습에 이곳이 제주도가 아닌가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이 씨는 6년 전 제주도에서 승마체험을 해본 후 말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푸른 목장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데 너무 짜릿했었다”며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그 매력이 얼마나 컸던지 이 씨는 제주도와 부산에서 어렵게 말 두 마리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광양에 승마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새로운 꿈도 꾸게 됐다.

하루라도 빨리 승마를 즐기고 싶었던 그는 서울에서만 판매하는 승마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비행기로 오가며 고가의 장비를 구입했다. 하루라도 빨리 말을 타고 싶어 하는 이씨의 심정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그는 말 두 마리 이름을 각각 ‘진숙이’, ‘삼돌이’라고 이름을 짓고 새로운 취미생활을 즐기며 승마장의 꿈도 키워 나갔다. 얼마 후에는 새끼까지 태어났다. 이 씨는 “1년을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새끼를 기다렸는데 얼마나 기쁘던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를 이야기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3년 전 도로를 지나던 중 삼돌이와 새끼가 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차량은 폐차가 될 정도였으니 큰 사고였죠.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슬픈 과거를 이야기 했다.

이들은 사고이후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잘 견뎌냈다. 지난해에는 ‘광양 시민의 날’ 행사에 원님 역할로 말을 타고 퍼레이드에 참가했었다고. 당시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타고 대로를 걸어가는데 너무 뿌듯했다”고 한다. 이 씨는 요즘 바쁜 농사철이지만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진숙이’와 승마를 즐긴다. 그 의 ‘진숙이’와의 데이트는 제한된 공간에서 즐기는 그런 승마와는 전혀 딴판이다. 트랙도, 경계도 없다. ‘진숙이’이와 호흡을 맞춰 달리는 길이 모두 승마 코스가 되는 셈이다. 논에서 논으로, 때로는 광양 서천변과 마을 뚝방을 시원스레 달린다고.

이 씨와 진숙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다고 한다. 어떤 이는 말 구입 경로를 묻기도 하고, 무작정 구경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이 씨는 말을 세우고 모는 방법, 고삐를 쥐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직접 교육도 시킨다. 요즘에는 토마토 농사가 바빠서 못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가정 정도는 지금도 교육 후 승마 체험을 시켜 준단다.

최근 통과된 ‘말 산업 육성법’이 국회를 통과됨에 따라 이 씨의 꿈이 한결 가까워 졌다.
말 산업 육성법의 입법취지가 ‘농어촌 경제의 활성화’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주된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돈도 벌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싶어 하는 이 씨의 꿈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어촌형 승마시설은 축사와 마장을 합한 면적이 500㎡만 넘고, 말은 2두 이상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꿈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그는 “아내와 세딸과 함께 말을 타며 취미를 공유하고 싶다”며 “승마장 건립과 더불어 소를 방목해서 키우며 식당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광양읍 익신리에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는 날도 멀지 않은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