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시 서게 해준 ‘오토바이’
삶을 다시 서게 해준 ‘오토바이’
  • 홍도경
  • 승인 2011.04.25 09:10
  • 호수 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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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 - 강대휴 척수 1급 장애인

364일 동안 장애인을 차별하다가 단 하루만 장애인을 위하는 것처럼 ‘장애인의 날’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장애인 차별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늘 일어나고 있으며 장애인들은 차별 철폐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 스스로 차별과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지체장애 1급 척수장애인 강대휴(65. 광양읍 우산리)씨. 그는 직접 개조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우리지역 곳곳을 다니는 유명인이다. 공중파에 2번이나 나왔을 정도로 강 씨는 우리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의 오토바이 사랑은 장애를 앓은 후부터 시작됐다. 그는 원래 60평생 어디 하나 아픈 곳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5년 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하반신 마비가 찾아온 후 두 다리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60년을 두발로 걸어 다니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현실은 암담함 그 자체였다. 강 씨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했다. 실제로 강 씨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누워서만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강 씨의 생각을 변화케 하는 일이 생겼다.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했던 강 씨를 묵묵히 간호하던 아내가 우울증이 찾아와 입원한 것이다. 자신이 힘들어하면 가족들은 더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된 강 씨는 이후 퇴원을 결심 1년 6개월의 병상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아내와 가족을 생각하며 밝게 웃으며 지내려는 노력부터 했다.

그래서인지 아내의 우울증도 좋아져 퇴원했고 이때부터 강 씨는 세상과 다시 만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한다. 가족이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힘의 원천이 된 것이다.

이후 강 씨는 오토바이를 통해 세상과 다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휠체어부터 손수 제작했다. 휠체어를 혼자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훈련하는 한편, 집에 있는 높은 턱과 계단을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휠체어를 개조했다. 6개월 동안 불편한 몸으로 이끌고 노력한 결과 새로 만든 휠체어로 강 씨 집안에서 혼자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강 씨는 “평생 운전을 하면서 지냈는데 대문 밖에 다니는 차를 보니깐 나가고 싶더라구요”라며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고민 끝에 4륜형 오토바이 제작을 결심하고 이웃에 사는 지인에게 헌 오토바이를 얻어 집 한쪽에 작업장을 만들어 손수 용접을 하고 그라인더 작업해 오토바이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6개월의 작업 끝에 강 씨는 원하던 오토바이를 만들었다. 2년 6개월 만에 하는 혼자만의 외출. 그 짜릿함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는 “뭐라 말 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감동이었다”며 당시 기분을 이야기 했다. 얼마나 기뻤던지 강 씨는 아무생각 없이 계속 오토바이를 운전했고 목포까지 가게 됐다.

그는 손수 제작한 오토바이를 직접 타고 여수 오동도, 섬진강, 순천 등을 다니며 장애의 아픔을 잊어 갔다. 제주도까지 배를 타고 다녀왔으니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강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여행을 다니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하나 둘 생기고, 오토바이도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며 새 오토바이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강 씨는 오토바이를 새로 구입하고, 휠체어를 옆에 실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또 급하게 화장실을 갈일이 생기는 것을 대비해 간이 화장실도 오토바이에 설치하고 낯선 곳을 가기 위해 내비게이션도 설치했다.

이렇게 손수 오토바이를 새로이 만드는데 또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두 번째 오토바이가 완성되자 기쁜 마음에 또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오토바이도 좋고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서인지 강 씨 누나가 있는 용인까지 갔고 다음날에는 처제가 사는 인천까지 가서 영종도도 구경했다. 2박 3일 동안 그의 오토바이는 전국 곳곳을 쉼 없이 달렸다. 그는 “세상과의 소통을 다시 시작한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이었다”고 웃었다. 

요즘 강대휴씨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영감님, 어르신’이라고 부른다”며 “아직 젊고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국일주를 해보고 싶다”고 새로운 목표를 이야기 했다. 또 “나와 같은 척수 장애인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해에서 서울을 지나 서해와 남해로 이어지는 전국일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고통과 힘겨움이 가시밭길처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절망 끝에서 삶을 다시 서게 해준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강대휴 씨의 오토바이는 오늘도 장애를 잊게 하며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