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때에…
씨 뿌리는 때에…
  • 박두규 광양포럼 연구원장
  • 승인 2011.05.02 09:53
  • 호수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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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잦으면 풍년이 들어 인심이 좋아진다’는 속담이 있다. 곡우인 4월 20일을 전후하여 영락없이 봄비가 잦아지고 산과 들은 싱그러운 신록으로 물든다. 우리 집의 작은 마당에도 봄꽃들이 이어달리기 하듯이 피었다 진다. 아름다운 신록과 함께 농사하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작은 텃밭을 가꾸는 내 마음도 바쁘다. 농사는 때를 잘 맞춰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땅을 파 엎어 몇 가지 씨앗을 뿌리고, 주방에서 싹이 나 버린 감자와 고구마 몇 뿌리도 심어주고, 늦었으나마 과수에 거름도 했다. 힘들지만 우리 식탁에서 먹을 것과 알찬 열매를 얻으려는 재미로 땀을 흘렸다.


  콩 심으면 돈 주는 농업 환경
  씨 뿌리는 봄날, 각종 씨앗과 모종을 파는 가게에 사람들이 붐빈다. 과수와 산나물을 하거나 채소원예를 하는 농가는 그야말로 농번기다. 광양시도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는 사이에 농업 생산 환경이 엄청나게 변했다.
  우선 소득 작목에서 쌀이 차지하는 위치가 4위로 밀려났다. 짐작가는 대로 소득원 1위는 매실이고, 애호박과 단감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수록 농가 소득은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벼를 심던 논에 콩을 심으면 한 마지기에 2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6.7%에 불과한데, 쌀 다음으로 자급률이 높은 콩이 겨우 7.1%다. 콩은 땅을 거름지게 하고 소득도 안정적이며 영양분도 좋은 식품이므로 재배를 널리 권할 만하다.

  또한 전통적으로 농사는 현상 유지나 빚을 지게 되었으나 이제는 연간 소득이 1억 원 이상을 넘기는 고소득 농가가 계속 늘어난다. 정부의 지원도 기업농 형태에 주력을 한다. 하지만 가족농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도시농업을 장려해야 한다. 도시 텃밭 경작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고, 아파트 안에서도 채소와 꽃을 재배하는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
  식량 자급이 되지 않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봄이면 새롭게 돋아나는 풀과 나무처럼 생명산업을 새롭게 일으켜야 하는데, 구제역 재앙을 초래하고 한봉이 몰사하여 농업이 더욱 벼랑으로 내몰리는 때. 농업을 천시하지 않는 정치 환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치권의 새싹 - 야권 연대
  다행히 4월 27일의 보궐 선거는 정치권에 봄소식을 전한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 대기업과 건설업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한나라당에 맞서는 야권은 리더십이 부재하여 정권교체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기. 새로운 돌파구로서 작년 지방선거 때 야권 연대가 이뤄지고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높아졌는데 이번 보궐 선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민주당이 당선자를 내어보지 못한 분당을 선거구는 투표율이 49.1%로서 18대 총선 당시 투표율 45.2%를 웃돌았다. 보궐 선거 투표율이 저조하던 전례를 깨어버리고 민주당 의원을 배출했다. 순천시 선거구는 민주당이 군소 야당에게 양보하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냈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의 정신을 살렸지만 순천시지구당 조직은 전적으로 무소속 후보를 밀며 연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야권 연대 후보에게 힘을 실으며,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결합하고 민생을 해결할 정책을 제시하면 시민들은 정권 교체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명박 심판에 대한 반사 이익도 따랐으므로 진보 진영이 뜻을 같이 하고 좋은 인물과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연대의 정신과 진보의 가치로서 국민을 감동시킨다면, 올봄의 새싹은 2012년 대선에서도 꽃필 수 있을 것이다.
  씨 뿌리는 이 4월의 봄비는 올 농사와 내년 정치 변화의 든든한 밑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