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차등 지급한 성과상여금 논란
광양시, 차등 지급한 성과상여금 논란
  • 이성훈
  • 승인 2011.05.09 09:23
  • 호수 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무성격 다른 부서간 평가 공정성‘불만’


공무원들 “업무 효율성 위한 평가, 오히려 부서간 위화감만 조성”
광양시 “공정성 높이기 위해 4차례 평가, 부족한 부분 내년에 보완하겠다”


광양시가 최근 공무원들에게 지급한 2010년 성과상여금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시는 지난 달 29일 성과급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상여금 지급 순위 등을 확정,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 이번에 지급한 성과금은 총 20여억원으로 880명의 공무원들에게 개인별로 차등 지급했다.

성과금은 80% 균등, 20%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시는 이중 20% 차등 지급을 부서 평가로 실시했는데 평가 대상은 48개부서 155개 업무로 100점 만점에 실과소, 읍면동 실적 평가(95점)와 시정발전 유공 가ㆍ감점(5점)을 기준으로 실시했다. 부서별 업무는 지난해 각 부서별로 제출한 업무를 일 년 동안 평가한 것이다.  

시는 이번에 부서 평가를 통해 S-A-B-C등급을 나누어 성과금을 지급했다. 이중 C등급은 없으며 S등급 9개부서, A등급 18개부서, B등급 9개 부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서별로 평가하는 바람에 각 부서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성웅 시장이 항상 강조하고 있는 각 부서별로 유기적인 상호 관계를 갖고 추진하는 ‘협동적인 업무’를 통한 효율성 증대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 업무 효율성과 선의의 경쟁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실시한 성과금 차등 지급이 부서 평가로 하는 바람에 오히려 위화감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서 평가는 과연 어떤 폐해를 가지고 있을까. 우선 비밀 유지. 부서 평가는 개인 평가와는 달리 비밀 유지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시는 이번 평가를 하면서 각 부서별 평가 결과 공개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마나한 절차다. 공무원들은 이미 자신의 부서가 몇 등급을 받았는지 알고 있다. 개인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부서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부서 평가가 공무원들간 위화감만 조성시키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등급을 받은 부서의 한 공무원은 “도대체 직원들에게 일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며 “부서별로 하는 일이 다르고 특성도 있는데 도대체 평가 기준이 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평가로 우리 부서 직원들의 사기가 뚝 떨어지고 일할 맛도 안 난다”며 “상황이 이런데 열심히 일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단 낮은 등급을 받은 부서만이 이번 결과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부서의 공무원은 “같은 동료들끼리 부서별로 우열을 가린다는 것이 불편하다”며 “차라리 성과금을 안 받고 말지 어떻게 다른 공무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또 “좋은 등급을 받아도 결코 기쁘거나 만족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기준의 모호성 때문이다. 개인 평가의 경우 근평, 상벌 등 비교적 평가 기준이 뚜렷하다. 하지만 부서별 평가는 같은 성격의 업무를 보는 부서라도 해당 부서의 특성상 일정한 잣대를 대는 것이 어렵다. 또한 개인의 업무 소홀, 비위 등으로 인해 해당 부서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개인의 잘못으로 부서가 피해를 입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며 “결국 ‘나’가 아닌 ‘전체’를 위해 개인이 더욱더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성과금 평가 기준이 지난 1년이다 보니 그 이전에 사업을 추진했던 공무원들이 인사이동을 했을 경우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데 있다. 이번 평가는 2010년 12월 31일까지의 평가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따라서 인사이동에 따라 공무원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2009년도 A부서에 근무했던 공무원이 어떤 사업을 추진하던 도중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 했는데 원래 있던 부서는 S등급을 받은 반면 해당 공무원은 B등급을 받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을 경우가 해당된다. 이럴 경우 해당 공무원이 추진했던 사업은 정당하게 평가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인사이동이 잘 이뤄져 뜻하지 않게 성과금을 두둑이 받는 공무원도 있을 수 있다.

성과금 평가 “돈으로 줄 세우는 것”
차등 지급해야 하는 지침 문제있어


개인 평가의 경우 이에 대해서도 평가가 가능하지만 부서 평가는 이런 부분의 폐해가 고스란히 나온다는 것이다.    
어느 공무원은 “복불복 게임도 아니고 이렇게 기준도 애매하고 선의의 사람이 피해를 보는 부서 평가가 과연 필요한 것이냐”면서 “이게 과연 공평한 평가로 볼 수 있느냐”고 따졌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낮은 등급을 받은 부서는 다른 조직에 비해 일을 못한 것이 아니라 평가를 하다 보니 점수를 낮게 받은 것 뿐”이라며 “낮은 등급을 받았다고 일 못하는 부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의 해명과는 달리 이번 성과금 평가 결과를 놓고 이미 부서별로 내홍을 겪고 있다는 분위기다.

A 부서 공무원은 “올 초 지방교부세 감액 문제, U-IT 연구소 행정사무감사, 일본 대지진에 따른 카페리호 실적 저조, 공무원 사고 등으로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았는데 부서 평가로 더욱더 사기가 떨어졌다”며 “공직 사회 내부에서 조차 이렇게 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아 참으로 막막하다”고 탄식했다.

성과금 평가 제도, 과연 필요하나

부서 평가에 앞서 성과금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과연 옳으냐는 원론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시도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평가를 하지 않고 균등하게 지급하면 우리도 정말 좋겠다”며 “하지만 법으로 차등 지급할 것을 명확히 요구하고 있고 의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과금 차등 지급에 대해 강력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평하게 지급하면 편하겠지만 평가는 있어야 한다”면서 “어느 정도 실적이 있어야 조직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시민들에 대한 봉사의 질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공무원은 “성과상여금이 공직사회에 도입된 배경은 구조조정의 하나로 성과연봉제로 가는 과도기 성격”이라며 “민간에서 실패한 제도를 유독 공직사회만 받아들여 직원간 불신과 갈등을 유발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돈으로 줄을 세우는 비인간적인 행위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며 “대민 봉사가 아닌 평가를 더 잘 받기 위해 일을 하는 등 부작용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4단계로 부서 평가 실시

시는 부서 평가를 총 4단계로 나누어 실시했다. 1차 평가는 부서를 9개 그룹으로 나뉘어 부서업무 추진 실적과 계획과정결과를 평가했다.
2차 평가는 실무평가로 추진됐는데 부서 전체 순위 조정과 기타 유공실적 등을 심의했다. 3차 평가는 국소장이 실시한 것으로 1, 2차 평가에 가ㆍ감점을 하고 시정 발전 기여도를 감안해 검증했다. 4차 평가는 외부 평가로 부서 전체 순위를 확정하고 우수부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또한 내부 평가는 평가위원들이 해당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를 체크하는 ‘크로스 체킹’ 방식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각 부서별로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이 확연히 다른데다 한 가지 정책을 추진할 경우 다양한 부서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업무도 많아 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각 부서별로 역점 사업을 제출 받아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4차례 심사했다”면서 “비슷한 업무의 성격을 가진 부서를 그룹별로 나눠 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각 부서별 사업의 달성도, 시민 만족도, 파급효과,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4차례에 걸쳐 평가한 것”이라며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공정성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서별 평가는 개인 평가와는 달리 개인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평가 결과 개인의 잘못 때문에 부서 전체가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다”면서 “내년에는 이런 점을 감안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