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 광양뉴스
  • 승인 2011.05.09 09:44
  • 호수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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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원 체험봉사를 다녀와서- 양소라(중마고 3학년)

지난 4월 17일 나와 동생은 옥곡에 있는 노인 요양원을 다녀왔다.
그곳에는 약 50명의 노인 분들이 계셨고,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보다 2배가량 많이 계셨다.
요양원시설은 솔직히 우리집 안방보다도 더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대부분의 노인 분들이 치매에 걸려 계셨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많이 걱정을 했었다. 혹여나 노인 분들께서 난동을 부리시지는 않을까. 생리적인 실수를 해서 혹여나 애를 먹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봉사를 하기로 한 만큼 그런 고생을 감수하자 다짐했다.

처음에는 청소부터 시작 했다. 복도 청소와 방 청소로 나뉘었는데 나는 방청소 동생은 복도청소를 맡았다. 청소기를 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서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청소기를 돌리다가 한 할머니께서 부르시기에 다가갔다가 팔목을 붙잡혀서 엄청 욕을 먹고, 꼬집히고, 물릴 뻔하다가 겨우 빠져 나왔다.

나는 다시 겁을 먹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 화를 내신 것은 청소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였다. 그곳에 계신 분들을 배려하지 못한 나의 부주의였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나서는 아무런 사고가 없었고 꽤 재미있었다.

할머니들과 얘기를 하고 사진도 찍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건 나 네’, ‘이건 너 네’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휠체어에 앉아 계신 할머니를 밀어드리면서 산책도 했다. 식사 도우미도 했는데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매번 고맙다는 할머니들의 말씀에 뿌듯했다.

하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가슴속 어디에선가는 나의 부모님에 대한 먼 훗날을 보는 것 같아서 뭉클 하는 뜨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던 중 한 할머니를 찾아오신 가족 분들을 보았다. 할머니에게 계속 “내가 누구예요? 내가 누군지 기억해요?” 하고 자꾸 물어보는 나이 드신 아저씨의 말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아저씨는 치매 걸리신 할머니의 아들 되시는 분이었다.

자신을 낳아 주신 어머니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슴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한 번 엄마아빠가 눈에 아른거리며 가슴속이 뜨거워졌다.

봉사를 하는 동안에는 간호사와 싸우는 할머니 몇 분도 보았다. 요양원이 자기 할아버지 그러니까 할머니의 남편 되는 분이 지은 것이니 모두 나가라고 했다. 치매 때문에 하는 말씀이었다. 심지어는 간호사에게 폭행 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

울상이 되어버린 간호사 이모의 표정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래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모든 것을 이겨내는 그분들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모두들 웃으면서 성심 성의껏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꽤 큰 감동이 되었다.

오늘 봉사를 하면서 배운 치매 예방법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다. 치매에는 무엇보다도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자꾸 뇌를 쓰려고 하는 것, 그 외에도 평소에 손발을 자주 움직이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몸이 늘 따뜻하게 유지되어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하는 것 등이 있었다.

오늘 봉사는 앞으로 부모님을 어떻게 모실 것 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내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꿈꾸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을 미쳤다. 일단은 간호사라는 직업은 꽤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몸소 배웠고,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관심과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요양원을 나오면서 이런 시를 보았다.
‘늙으면서 시력을 잃어가는 것은 보고 싶은 것 만 보고, 청각을 잃어가는 것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생각하고 싶은 것 만 생각하고, 머리가 희어 지는 것은 멀리서도 노인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우대 하게 하기 위함이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는 정말 늙기 싫다, 나이 들기 싫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시를 보고서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오늘 봉사활동은 나에게 많은 생각의 변화를 가져다 준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어버이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을 위해 내가 무었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하지만 가장 쉬운 일부터 한가지 씩 해나가야겠다.

제일먼저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부터….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