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경제정책 때문인데
고물가, 경제정책 때문인데
  • 박두규 광양포럼 연구원장
  • 승인 2011.05.30 10:10
  • 호수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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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20%에서 50%까지 오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약재 값이 2배나 3배로 뛰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약방 원장이 푸념한다. 5월, 필자가 병원의 구내매점에서 물 한 병에 1600원을 셈하고 나서 500원 짜리가 이렇게 오를 수 있나 싶어 살폈더니 프랑스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국산 정제수에 첨가물이 더해진 1700원 짜리 물병을 들고 있었다. 공공재로 여겨야 할 물까지 시장에서 천방지축이다.

  ‘신라면’은 560원 정도인데 내용물과 포장이 같은 ‘신라면 블랙’을 1400원에 내놓았다. 스프에 첨가물만 약간 바꾸어 넣고 편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수법이다. ’08년 정부가 서민경제를 안정시킨다며 집중관리 대상 품목으로 지정한 52개 가운데 식품은 100% 전후로 올랐고 다른 생활필수품도 두 자릿수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고환율 정책이 고물가를 불렀다
  ’07년까지 안정세였던 물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08년 평균 4.7% 급등했고, 지난 3월 소비자 물가도 4.7%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국 가운데 2위였다. 이렇게 물가가 치솟아 소득이 제 자리인 서민들을 생활고에 허덕이게 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물가는 환율과 상극관계인데,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으로 수입 가격이 높아져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8% 포인트 오른다. ’08년 초 900원 대이던 환율이 그해 금융위기 때는 1500원 대에 이른 뒤, 110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외환 당국이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 환율 요인만으로도 물가는 1.5%~3%포인트 인상 압력이 생겼다. 이에 더하여 국제 곡물 가격과 유가 인상이 이어졌으므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조업의 물가는 이중으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수출 대기업을 부양하는 고환율에 따라 지난해 경제는 6.2% 성장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았는데도 정부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며 저금리 정책까지 강요했다.
수출하는 대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남겼으나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뒤처지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게 되었다. 고환율은 물가를 올릴 뿐만 아니라 분배에도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정책 실패에 따른 물가 상승, 전세대란으로 주거비 폭등, 교육비 부담 등을 떠안은 서민은 고달프다.

  서민들의 아우성이 잇따르자 정유사와 통신사를 압박하여 가격 인하를 요구했지만 효과가 없다. 휘발유 값의 54.7%가 세금이기 때문에 값을 낮추려면 세금을 내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수의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유류세는 내리지 않고 기업이 내는 법인세를 낮추고 부자들의 소득세만 낮추겠다고 한다. 기름 값이 오르면 정유사와 주유소가 돈을 벌 뿐만 아니라 정부도 세금이 늘어나서 즐거운 일이다.

  정책 실패에 대응하기
  수출 대기업에 의존한 성장 정책이 고물가를 낳았고, 서민 경제의 숨통을 조인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실패 요인 외에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이므로 고물가 시대는 오래갈 것이다. 물가고를 이겨나가야 할 시민의 행동이 요구된다.

  먼저 소비절약이다. 물질의 욕망을 줄이는 일은 지구인의 변함없는 미덕이다. 야무진 소비자로서 기업 이윤만 추구하고 편법으로 값을 올리는 제품을 거부한다. 더불어 ‘지역 생산품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일도 추진한다. 우리의 식량 생산 터전을 되살리는 일을 함께 한다. 노는 땅과 아파트의 상자 텃밭에 채소를 가꾸고 생태적인 생활을 익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치를 바꾸는 일이다. 4.27 보궐선거 후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서민경제는 강만수 사단이 다 망쳐서 민심이 이반했다’고 비판한다. 정부는 환율도 조금 낮추고 경제 장관도 바꾸겠다고 한다. 하지만 환율을 900원 대로 낮추고 금리를 4%로 올리는 것, 통신비와 기름 값 같은 독과점 업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민생을 외치는 야당도 역할을 못한다. 정권교체는 물론이고 정치판까지 바꾸는 일, 내년 선거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