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포기 할 수 없는 농업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농업
  • 박두규 광양포럼 연구원장
  • 승인 2011.07.04 10:00
  • 호수 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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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하러 오시는가?”
“아니오. 수강하러 옵니다.”
  광양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친환경농업대학 강의실 입구에서 인사하던 분의 물음에 필자가 응답했다. 수강생이 아닌 강사로 다닐 것이라는 짐작이 고맙기는 했지만, 수강생으로서 구체적인 농업 지식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어서 미소를 머금고 답할 수 있었다.

농사도 배워야 한다
최근에 농원을 차린 분들이 친환경농업대학을 네 번, 다섯 번 다녔다는 얘기를 했다. 농업에 대해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해마다 등록을 하였겠지만, 가르치는 내용이 새롭고 실제적이지 않으면 계속 다닐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 어떤 배울 거리가 있는 것인지? 호기심도 생겼고, 텃밭을 가꾸면서 농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등록하게 됐다. 친환경농업대학은 1년 과정이다. 올해는 ‘귀농창업반’으로 모집했고, 계획 인원보다 많은 70명 가까이 신청한 사람들을 모두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강의는 매주 목요일에 주로 하며, 4시간을 운영할 때는 점심을 제공한다.

3월 첫 시간, 수강생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뜻밖의 얼굴들을 보며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농민은 물론이고 젊은 나이에 귀농을 택한 사람, 은퇴 이후를 농사로 정한 사람. 앞으로 농업을 준비하는 사람, 도시의 삶에서 농사와 농촌에 관심을 가진 사람 등 다양한 처지지만 농업과 앞으로의 삶을 연결하려는 마음들을 한결같다.
강사는 여러 곳에서 전문적인 활동을 하신 분들이 참여한다. 광합성 과정을 화학식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대학 교수와 영농 지도자로서 새로운 희망을 일깨워 주는 연구자, 농업기술센터 공무원이나 현장 농업인들이 실제적인 체험 활동도 강의한다. 강의 중에 궁금한 것을 즉각 질문하는가 하면, 강사의 말씀을 더 많이 들으려고 질문을 자제하기도 한다. 과거 농촌에서는 농사를 가정에서 학습했지만, 지금은 그런 대물림 학습이 되지 않고 또한 새로운 정보를 알지 못하면 농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배워서 귀농한 사람들이 고소득 농민이 된다고 한다. 배우지 않고는 농사가 불가능한 시대다.

농업은 미래 산업이다
오늘, 우리들은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라는 오랜 전통을 잊고 산다. 농촌과 농업을 천덕꾸러기로 여긴다. 그런데, 선진국은 농업을 보물로 여기고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식량의 확보와 정신문화를 갖추지 않고 선진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로마의 천년 왕국은 남부의 섬과 북아프리카에서 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서 가능했다. 식량 안보에 귀 기울이자. 자연재해, 전쟁, 전염병, 에너지 문제가 발생하여 무역이 중단되면 우리의 식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심각한 문제와 더불어, 현실적으로 ‘값싼 농산물’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인구 급증과 신흥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농산물 수급의 균형을 깨고 농지의 가격까지 올리고 있다. 농업이 목숨 걸린 값비싼 산업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식량 생산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생명산업이다. 결코 과거의 유물로 여길 수 없는, 영원한 미래 산업이다. 지금처럼 먹을 것이 위생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된 적이 없지만 지금처럼 오염에 노출되고 가공 식품에 휩싸여 위험스러운 때도 없다. 그러므로 날마다 먹는 음식의 한두 품목이라도 스스로 재배하여 먹는다면 건강과 행복을 높이는 길이다.

이에, 시민에게 영농 기술을 익히는 것은 우리 지역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도시 농업과 텃밭 가꾸기에 다수의 시민이 참여할 길을 다양하게 마련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