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탓하지 말고 조그마한 불편은 감수하자
‘법’ 탓하지 말고 조그마한 불편은 감수하자
  • 이성훈
  • 승인 2011.08.16 09:31
  • 호수 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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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이전에 질서의식 키우자

기획보도

30만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광양시는 백운산, 섬진강을 중심으로 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항만, 철강 등 산업벨트를 갖추고 있다. 인구 15만을 바라보고 있는 광양시는 광양만권 중심에 있으면서 도시 경쟁력을 키워 나가며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산업, 관광, 문화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맞물려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도시 발전 보다 먼저 풀어야할 숙제가 있는데 바로 ‘기초질서 지키기’다. 시민의식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도시가 발전을 하더라도 그 도시는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시민 의식이 기초질서를 무너뜨리고 법과 제도는 더욱더 엄격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광양신문은 4회에 걸쳐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을 통해 광양시 발전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이기적 사고가  기초질서 무너뜨린다.

2. 시민안전 위협하는 ‘무질서’

3. 법 이전에 질서의식 키우자

4. 질서 지키기,  시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무질서로 연간 100조원 낭비…국가 예산 1/3
사회적 비용 줄이면 다양한 시설에 사용할 수 있어


기초질서를 잘 지키지 않으면 시민 개인적으로도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지자체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법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더라도 무질서한 도시는 시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생활 주변을 살펴보면 질서와 관련이 없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줄서기, 환경보호 비롯한 공중도덕과 기초질서부터 교통질서, 보행질서, 가로 질서, 상거래 질서, 행락질서 법질서까지 실생활과 가까이 있으며 항상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질서’다. 이런 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으면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불행과 직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우리나라 교통 혼잡 손실 비용  25조 9천억원
광양시 예산의 ‘65’배

최근 국가와 각종 연구기관들의 통계자료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자는 58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1조 8천 억 원에 이르며 연간 교통 혼잡으로 손실되는 비용도 25조 9천억에 이른다. 25조 9천억원은 광양시 예산을 4천억원으로 봤을 때 무려 65배에 달하는 막대한 수치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다. 산업현장에 기본적인 안전 질서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손실액은 연간 17조원에 달한다. 이밖에 화재발생에 따른 사회적 손실비용이 약 10조원, 품질관리 소홀에 따른 손실비용이 약 9조 4천억원, 집회와 시위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약 12조원 정도 다. 음식쓰레기는 직접 처리비용만 8천억에 달하며, 사회적 비용은 18조원 이르는 등 이런 부분을 다 합하면 100조원이 넘어선다. 이는 국가 예산의 1/3을 넘어서는 규모다. 질서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을 조금만 줄인다면 사회적 비용도 그만큼 아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광양시의 경우 지난해 3만 5천톤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하루 3천만 원, 연간 1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사용됐다. 시는 ‘쓰레기를 줄여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해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음식물 쓰레기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질서는 무시하고 “왜 나만 단속해?”

법질서를 어기면 이에 따른 제재가 가해진다. 불법주정차를 했다가 적발될 과태료를 물게 된다. 광양시는 지난 2006년 불법주정차 단속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과태료를 물게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에는 공무원들이 직접 단속했는데 이 과정에서 민원인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또 폭행도 당하는 등 불법주정차 단속 현장에는 항상 잡음이 일었다. 이 같은 잡음이 일어나는 원인으로는 “옆에 불법주정차한 차는 가만 놔두고 왜 나만 단속하느냐”라는 시민들의 불편한 원성이 깔려있다. 하지만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만의 편의를 위해 질서를 무너뜨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민원인 대부분이 ‘왜 나만’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물론 자신만 단속 당하는 경우가 없지 않겠지만 결국은 불법주정차한 자체가 잘못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주차장에 정상적으로 주차하면 어느 누가 법적인 제재를 가하겠느냐”며 “불법주정차는 자연재해를 입어도 보험 혜택에서 손해를 보는 만큼 이래저래 자신만 손해다”고 강조했다.

음주단속의 경우 일정한 구간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펼치기 때문에 불법주정차 단속처럼 “왜 나만 단속하냐”는 항의는 드물다. 대신 음주 단속에 걸릴 경우 재수가 없어 걸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경찰서 관계자는 “단속에 걸린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측정기를 불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기를 벗어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주단속에 예외는 없다”면서 “단속에 걸려 후회하지 말고 무엇보다 걸려서 ‘재수 없다’는 인식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주 운전의 경우 인사사고가 일어날 경우 피해자 생명은 물론, 가해자 역시 한평생 후회하고 막대한 재산 손해를 남기기 때문에 더욱더 주의가 요구된다.

법 이전에 시민 의식부터 고치자

우리가 생활 주변에서 조금만 질서를 지키는데 신경을 쓰고 동참하게 되면 개인적으로는 불행과 손실을 예방하면서 이웃에게는 밝은 미소를 짓게 만들 수 있다. 질서를 지키는 것은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함을 서로가 조금만 감수한다면 서로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

질서 지키기를 통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면 청소년들을 꿈과 희망을 가꾸는데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고 체육 인프라를 확충하며 문화 예술을 진흥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법 이전에 질서를 지키는 것이 쾌적하고 건강하며, 풍요롭고 신뢰가 충만한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자 밑바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활 속에 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지’와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도록 하는 생활화’가 중요하다”면서 “명품 도시의 근본에는 철저한 질서 지키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