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평형수에 대하여
선박평형수에 대하여
  • 광양뉴스
  • 승인 2011.08.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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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택근 목포해양대학교 교수


세계는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라고 불리워지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곳도 하루 안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발달, 시간ㆍ공간ㆍ국가에 대한 제약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휴대전화 등은 우리생활을 글로벌 시대로 이끌어주고 있는 대표적인 도구라고 할 것이다. 다문화 가정 또한 우리나라의 글로벌화를 나타내주는 한 가지 척도일 것이다. 전남 지역만 하더라도 7천여세대의 다문화 가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국제화 및 글로벌화를 지표로 삼고 있지만 생물과 환경에 있어서는 예외인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특히, 해양 분야에 있어서는 외래종(invasive species)의 침입에 대해 이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대상이 되는 외래종 혹은 유해수중생물체는 주로 선박의 평형수(ballast water)를 통해 유입된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의 전후좌우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선박 내의 평형수 탱크에 채우거나 탱크로부터 배출하는 바닷물을 말한다. 미국에서 평형수를 싣고 온 선박이 광양항에 입항하여 화물을 싣기 위해서는 싣고자 하는 화물 무게만큼의 선박평형수를 배출해야 한다. 이때 미국 연안의 바닷물 속에 포함되어 있던 해양 생물들도 함께 광양의 앞바다에 뿌려지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선박 평형수에 대한 별다른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바닷물을 채우거나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형수에 포함되었던 외래 생물종의 경우 기존 생태계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주목되고 있다.

일례로 지중해 담치가 국내의 토종 홍합을 밀어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건너간 피뿔고동은 미국의 체세피크 만의 굴 양식장을 초토화시키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일본산 아무르불가사리가 자국의 주요 수산자원인 가리비와 굴의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하여 2001년부터 20해리 밖에서 평형수를 전부 교체한 후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미국의 경우 외래종에 의한 해양환경 보호는 국가의 주요한 해양 정책 중의 하나로 삼고 있다.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에 씨그랜트사무국(NSGO)이 외래종 침입 방지를 위한  업무를 주관하고 있으며 대학을 중심으로 한 32개 사업단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해양환경 보전 사업들을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외래종에 의한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해 2월에 선박평형수관리법 시행령을 제정했다. 현재 선박 평형수로부터의 외래 생물종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평형수의 교환을 육지로부터 50해리 이상 떨어지고 수심이 200미터 이상인 해역에서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평형수 내의 유해생물을 없애는 선박평형수 처리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의 회원국을 중심으로 체결된 선박평형수 관리 협약의 주요한 내용은 신조선박의 경우 평형수 처리설비장치의 탑재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나 2009년 이전에 건조된 선박은 2016년까지 유예된다는 것이다.

전기분해, 자외선, 오존 등을 이용하여 평형수 내의 생물을 없애는 평형수 처리설비장치는 IMO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전 세계의 10여개 업체가 IMO의 승인을 받았고 그 중에서 3개 업체가 국내 기업인 것을 보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평형수 처리설비 장치 탑재에 대한 시행령이 적용될 경우 국제적으로는 약 3만여 척이 적용대상으로 추정되고 장비의 시장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시점에서 선박의 평형수 처리설비 장치가 신규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광양지역의 기업에서도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여수ㆍ여천의 화학단지와 광양제철소의 제철산업에 필요한 요소기술을 고려해 본다면 기술적 접근도 무리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울러 현재 광양항만에서의 평형수 처리 상태에 대한 관계기관의 현황파악과 향후의 대처 방안 강구가 필요할 것 같다. 즉, 평형수가 미치는 해양생태계의 환경적인 영향과 향후 관리협약이 시행될 경우에 대비한 선박의 입항보고, 평형수 관리 계획 및 기록부 관리, 평형수 처리설비 관리에 대한 항만국의 통제 절차 등에 대해 충분한 사전검토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