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 광양뉴스
  • 승인 2011.09.05 10:04
  • 호수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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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남-한려대 교수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는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여섯 번째로 내면서 유홍준 교수가 부제(副題)로 붙인 것이다. 문화유산의 객관적 가치와 내재된 의미와 관련해서는 내로라하는 전문가이지만 답사과정에서 우연스럽게 만나는 고수(?)에 대한 경외심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리라.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의 변용인 셈이다.
전국의 명소와 유적지를 다니면서 쓴 글쟁이로서의 겸손함이 배어 있지만, 우리네 삶에 비추어 봐도 유익한 점이 있을 터. 필자 역시 여름 방학 동안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책과 씨름하며 보내는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이었다.

책 속에서 만나는 고수(高手)는 주로 선인들이었지만 현재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미래를 보는 내공의 힘은 넓고도 깊었다. 올 여름은 유난히 폭우로 사상자도 많고 재산 피해도 많아 고통스러운 서민들이 적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인재(人災)의 성격이 더 짙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한편으로 자연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절감했다. 동시에 일상의 소중함에 분명 감사하며 살아야 했다.

올 여름 연휴를 끼고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의 운남성을 다녀올 기회를 가졌다. 곤명과 여강을 중심으로 둘러보는 관광코스다. 하지만 중국의 농촌과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그들의 변화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장소는 아니었지만 5년 전 다녀올 때와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중국은 워낙 넓으니 어느 곳을 다녀오느냐에 따라 발전상과 변화에 대해 느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자칫 코끼리의 특정 부위만 보고 전체를 본 듯이 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소지도 안고 있다. 소수 민족들에게 세금 대신 식목을 권장하는 중국의 산림정책도 인상적이었다. 드넓은 땅이지만 헐벗지 않은 이유가 조금 헤아려졌다.

광대한 토지를 가졌음에도 진즉부터 화장을 해서 묘지가 없는 국토를 만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는 국제사회의 변화에 중국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음도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되고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중국의 지도자들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조정래의 장편소설 <허수아비의 춤>에서도 이러한 대목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있다.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특히 중국의 지도자들이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어떠한 마인드와 철학으로 중국을 움직이고 있는지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조정래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하소설을 여러 권 집필하면서 다져진 만큼 역사를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사적 안목과 통찰력이 범상치 않은 작가이다. 역사적 안목은 궁극적으로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직결되어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미래적 가치를 제대로 가늠하지 않으면 자멸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역사가 이것을 입증해 왔다.  

다소 에둘러 왔다. 우리 광양지역도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역사회는 늘 해결해야 일들이 산적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지금은 변화의 한 복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우선 몇 가지만 열거해 보자.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광양만권 도시 통합 문제를 비롯해서 광양상의 독자적 설립에 따른 발전방안 모색, 상존하고 있는 광양만권의 환경오염 문제, 그리고 서울대 법인화에 따른 백운산 무상양도 문제 등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중지를 모아 지혜를 발휘해야 할 사안들이다.

시민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추동하는 힘은 지방자치 단체장, 시 의회, 그리고 시민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미래적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안목과 실천력이 관건이 된다.

변화에 둔감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부족한 지도자는 시민들의 기억에도 잊혀질 수 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 내부의 모습은 밖에서 볼 때 보다 객관적이고 제대로 볼 수 있기 마련이다.

다소 원론적인 주문이지만, 지역사회의 구성원들 스스로 겸허함과 열린 자세로 미래적 가치를 생각하면서 변화할 때만이 직면한 문제들도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가 열린다. chn00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