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역행하는 ‘어버이 연합’
민주주의 역행하는 ‘어버이 연합’
  • 광양뉴스
  • 승인 2011.09.05 10:05
  • 호수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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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일-광양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 호랑이가 나왔다고 해도 계속 울어 대던 아이가 곶감을 준다고 하자
울음을 뚝 그쳐 밖에서 듣고 있던 호랑이가 곶감이 자기 보다 더 무섭고 힘센 짐승으로 알았다는 이야기 가 있었다.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얘기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리네 할아부지 아부지들이 살던 해방 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광양 땅에는 아이들이 울면 군인과 경찰이 왔다 하면 울음을 그치고, 그래도 울어 대는 아이들에겐 서북청년단이 온다 하면 뚝 그쳤다는 이야기가 있었단다.

나라를 지켜주는 국군과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이 왜 민초들에게 두려운 존재였는지는 해방 전후와 전쟁 시기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대일본 제국의 순사로 충성하다가 해방이 되자 나 죽었소 하고 숨어 지내다, 미군정과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파를 우대하자 다시금 왜놈 순사질 할 때 배운 못된 버릇 오히려 독립운동 했던 사람들에게 그대로 써먹어 이국땅에서 왜놈 간담을 서늘케 하던 늙은 독립투사에게 해방되었다고 돌아온 고향땅에서 수모를 안겨 삼일 밤낮을 통음 하다가 끝내 북으로 발걸음을 하게 만든 일제 고등계 형사 경력의 자랑스러운 경찰 간부 노 아무개.

아무튼 60 여 년 전 군인과 경찰은 지금과 달리 민초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근데 서청(西靑)은 뭐래 하실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해방 후 38선 이북 땅에서 못살고 남한으로 내려온 청년들이 만든 단체인데, 대부분이 친일파나 토지 개혁으로 재산을 잃게 되자 월남한 지주들의 아들로 이들의 악행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한다.

군인과 경찰은 그래도 체면을 차리고 이목을 두려워하는 점이 없질 않았으나, 이들은 말 그대로 망나니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무고한 국민을 심지어는 부녀자와 학생들을 때려 죽여 놓고도 빨갱이 소탕한 애국자로 행세하고 정부와 경찰의 보호를 받았으니, 지금의 조폭들이 알면 얼마나 부러워할까 싶다.

참으로 더러운 시절이 불과 60여 년 전에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광양 땅에서 있었다.
그래도 4.19 혁명 후 나라의 기틀이 바로 서 가면서 치안은 경찰이 국민의 사랑과 믿음 속에서 전담해 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에 다시 60여 년 전의 악몽에 몸서리치게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의해 합법적으로 쟁의 행위를 하던 노조 간부를 회사가 고용한 용역이 새벽에 대포차를 이용해 테러를 하고 뺑소니를 쳐도 불구속 수사 하고 있고, 대화와 협상장에는 아예 불참한 채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용역깡패들과 구사대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한 사용자 측은 비호하면서, 성실한 노사 교섭과 끈질긴 대화를 원하는 노동조합은 처벌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2011년 대한민국 충남 천안 유성기업 사태의 전말인 것이다.

정리 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에 평화로운 사태 해결을 기원하며 평화롭게 108배를 하고 있는 종교행위가 공권력에 방해받고, 여행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자발적으로 자기돈 내고 차타고 혹은 인도를 따라 걸어서 한진 중공업이 있는 부산시 영도로 가보겠다는 시민들을 어버이 연합이라는 요상한 단체가 도로와 인도를 막아선 채 백주대낮에 각목을 들고 때리고 협박해도 경찰은 나 몰라라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고도 지금 이 나라가 민주 공화국인가. 누가 치안과 질서 유지권을 어버이 연합에게 주었단 말인가. 아직 공무원의 단체 행동권이 주어 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천여 명의 검찰 영감님들과 십만이 넘는 대한민국의 경찰이 파업이라도 했는가.

엄정한 법집행과 불법과 무질서 폭력행위 근절을 외치던 높은 분들은 다들 돌아 가셨나. 우째 이런 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