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사관계의 꿈
행복한 노사관계의 꿈
  • 광양뉴스
  • 승인 2011.09.26 09:59
  • 호수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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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행복은 사이에서 온다
인간의 행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랑과 일이다. 사랑과 일이 잘 실행될 때 우리는 자아를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며 자신을 넘어서는 큰일과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행복은 이 관계들을 올바로 정립하는 데서 나온다.  나와 다른 사람, 나 자신과 나의 일, 나 자신과 나 자신보다 더 큰 어떤 것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노력할 가치가 있다.

사랑은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한 개인의 영역이므로 논외로 하고 일 관계를 살펴본다. 일은 가장 이상적일 때 관계, 참여, 헌신과 연결된다. 그래서 ‘일은 사랑이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다’라는 시 구절도 있다. 일은 주로 직장에서 하는 힘든 것으로 이해하지만,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을 하고 싶다는 청년층의 외침을 들으면 일이 있어 고맙기만 하다.

이에 일터에서 형성되는 노사관계를 사람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보고 싶다. 초기 노동운동 시기에 노사관계는 대립하고 투쟁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만, 이제부터는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결정하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복수노조 시대
2011년 7월 1일부터 노사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복수노조가 제도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광양시의 기업들도 7월 1일을 전후하여 복수노조 신고나 무노조 회사에 노조가 설립되지는 않는가 하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8월 들어 남양항운에서 광양시의 첫 복수노조를 신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복수노조는 조직 대상의 중복에 관계없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87년 6월 항쟁에 이은 노동자 대투쟁의 결과로 노조 설립의 자유는 얻었으나 1사 1노동조합이라는 제한을 받았던 것이 이제야 풀렸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섭창구는 단일화 했으므로 1사 1노조의 원칙이 1사 1교섭 원칙으로 바뀐 것이다. 이로써 경영자 쪽에 기울었던 노조법이 정상화 되었다. 그동안 노사관계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던 노조와 경영의 태도가 있었다면 다양한 관계망을 살피도록 바꿔가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노조의 조직률이 10%까지 떨어진 것보다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있다. 조직률 하락의 원인은 사용자의 인적 관리와 신규 인력의 노조 회피, 노조 가입이 어려운 비정규직과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증가한 것 등의 산업구조 변화에 있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대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지도력이 노사관계에 요구된다는 것이다.

노사 공존의 리더십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지도자를 원한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노동과 경영의 현장이 더욱 그렇다. 복수노조의 허용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노사 모두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용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바란다. 그리고 잘 들어주고 신뢰를 쌓아 공감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원한다.

과거 노조를 회피하는 전략을 쓰는 경영진과 이에 맞서 대결 구도로 몰아가던 노조의 전략은 서로에게 불행이었다. 이제 노조 지도자도 경영을 알고, 경영자는 노조를 이해하며 서로 포용의 리더십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노사의 행복을 가꿀 때다. 그러면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어 주도권을 잡으려고 노조 집행부와 경영진 사이에 선의의 리더십 경쟁도 일어날 수 있겠다.

좋은 예가 있다. 의류에 널리 쓰이는 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로 유명한 기업 고어(Gore)사는 ‘직원들의 신임을 얻는 사람이 리더다’라는 것이 회사의 운영철학이고, CEO 직위를 누구에게나 열어놓고 있으며 직원들로 하여금 후보자를 지명하도록 한다. 또한 사업장 단위가 250명을 넘으면 둘로 쪼개어 친밀도가 높은 사업장으로 유지하는 인재 관리로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