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비 선뜻 내준 보건소 여직원 ‘미담’
수학여행비 선뜻 내준 보건소 여직원 ‘미담’
  • 지정운
  • 승인 2011.10.17 09:23
  • 호수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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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덕 광양시보건소직원
평소 선행ㆍ모범생활로 동료들 칭찬 자자

독감 예방접종이 한창이던 지난 5일 오후 4시쯤, 10대 초반의 손자 2명과 함께 보건소를 방문한 할머니가 젊은 직원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할머니는 돌아가고 직원은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며칠이 지난 후 할머니가 젊은 여직원에게 절을 한 까닭이 밝혀졌다.
이 할머니는 그날 학교 수업을 마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손자를 재촉해 독감예방접종을 맞으러 보건소를 찾았고, 평소 독거노인 방문간호사업을 통해 얼굴을 익힌 직원 오수덕 씨(33)에게 초등학교 6학년 손자가 풀이 죽어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학여행을 가야 하는데 할머니가 돈이 없어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해 손자가 의기소침해 있다는 것. 할머니는 올해 나이가 82세로 경제적 여건이 넉넉지 못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손자들과 생활하고 있다. 말그대로 조손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오씨는 “할머니의 넋두리가 처음에는 다소 귀찮았지만 막상 어린 학생의 눈을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별 생각없이 수행여행경비 14만원을 줬다”며 “그 학생을 보니 갑자기 연년생 아들들이 생각나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씨의 이번 선행에 대해 주위 동료들은 “오 선생님이니까 선뜻 돈을 쥐어줬을 것”이라며 “충분히 그런 선행을 할만한 모범적인 직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씨의 모범생활은 이날의 일만이 아니다.
지난해 한방치료실의 공중보건의의 실력이 입소문을 타며 외부에 알려지자 수많은 노인들이 새벽부터 진료를 받기 위해 장사진을 치는 일이 있었다. 새벽 5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줄을서자 추운 바깥에서 기다리게만 할 수 없는 보건소로서는 이들을 안내하고 번호표를 배부할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누가 새벽부터 나와 이들을 안내할 것인가. 이때 오씨는 선뜻 나서 자발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줄이 길어지자 보건소는 농협 등에서 사용하는 번호표 교부기를 도입했고, 이 시스템은 현재 보건소가 시행하는 진료예약제를 실시하는 발판이 됐다는 것이 보건소 관계자의 말이다.
선행과 모범적인 근무의 주인공 오씨는 현재 보건소 1층의 한방물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올해 말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돼 직장을 떠나야 한다.

2012년 새해가 시작되는 즈음이면 한창 추위가 맹위를 떨친 때인데, 친절한 서비스와 따뜻한 마음씨로 시민들의 아픔까지 챙겨주던 공무원의 떠난 자리가 더욱 크게 보일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