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문해 백일장, 훈훈한 ‘감동’
성인 문해 백일장, 훈훈한 ‘감동’
  • 지정운
  • 승인 2011.10.31 09:18
  • 호수 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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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 평생학습 축제의 한 프로그램인 성인 문해교육 백일장이 훈훈한 감동의 물결로 다가왔다.
시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시청 앞 시민광장 일원에서  ‘기쁨 두배, 행복 두배, 배움의 도시 광양’이란 주제로 2011 광양시 평생학습 한마당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성인문해교육 수료식과 백일장 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성인 문해교육은 평생학습시대를 맞아 문자해득의 기회를 얻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던 시민들에게 문자 해득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사업이며, 백일장 대회는 이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이날 백일장대회에는 광양시 희망교실 13개 학습장에서 모두 104명이 참여했다. 연령 분포는 대략 65세에서 최고 90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그동안 배워온 글자들의 조합을 한 땀 한 땀 기워갔으며, 이 모습은 참석한 이와 보는 이 모두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날 소감문 쓰기에서 으뜸상은 유영희(69ㆍ여)씨에게 돌아갔다.
유영희 씨는 “그동안 광양읍 노인복지관 한글교실과 예구마을 희망교실에서 꾸준히 학습을 해 온 결과 이런 큰 영광을 차지했다”며 환한 미소를 잊지 않았다. 

‘나눔의 교육이 준 선물’
송봉애-문해교육 강사

아침 기온이 싸늘하다.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성급하게 다가온 또 다른 계절의 길목일까? 움츠려드는 어깨를 아침 커피로 대신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늘은 마을버스를 타고 경로당으로 문해교육 봉사를 가는 날이다. 늘 바쁜 일상이지만 문해교육이란 나눔의 교육을 시작하고서부터 나의 삶은 모든 게 감사하고 즐겁다. 이 교육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와 철학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이일을 주저하지 않고 앞장서서 나간다. 벌써 이 교육을 한지도 4년이 다 되어간다.

광양읍 노인복지관과 마을 경로당을 순회하며 내가 하는 일은 어르신들에게 문자의 조합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으로, 그들에게 사회 속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리는 일을 지도하는 일이다.

오늘 어르신 한 분이 내게 감사의 편지를 전해 주었다. 문해 교육 학습장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윤금방(89) 어르신이다. 지난번 평생학습 축제 때 성인 ‘문해 백일장 대회’에서 감사편지 쓰기로 버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신에게 이렇게 큰 상을 받게 해 주었다고 그 공을 선생님인 내게 돌야야 한다는 것이다.

가슴이 뭉클하다. 수업이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해 나이 든 사람으로서 학습의 장을 솔선수범해 보이셨던 어르신, 류마치스 관절염으로 인해 손가락 마디마디가 휘어질대로 휘어진 손으로 눌러쓴 당신의 마음을 한 땀 한 땀 담아낸 감사편지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감동이 어디 있을까?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을 어르신 한 분이 검정 비닐봉지를 내 손에 쥐어 주셨다. 풋호박 한 덩이와 오이 몇 개다. 감사함이란 내 마음을 열어 누군가의 마음에 향기를 전해주는 일이란 걸 나는 이 교육을 통해 배웠다. 이 교육이 바로 문해교육이다.


나는 배우고 싶습니다

유영희-광양읍 읍내리 381번지

요즘은 가을 산이 붉은 옷을 입었습니다. 고운 단풍과 높은 파란 하늘이 가을빛이 너무나도 풍요로운 계절입니다.

저는 어린 시설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가정 형편이 너무나도 어려워서 공부를 생각도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 옛날 한 많은 세월을 면하고 자식들에게 지긋지긋한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서 남들보다 구준일을 두배 세배 일했던 지난날들을 생각하며 지금도 코끝이 징하면서 눈물이 났니다. 현재는 자식들은 다 출가하고 잘 살고 있으며 내노라하는 직장들을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젊은 날에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나에게 남은 인생을 투자하고자 늙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날에는 낫 놓고 ㄱ 자도 모르고 살아온 내가 이렇게라도 글을 쓸 수 있어 이 얼마나 행복하고 가슴이 뭉클하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의 꿈은 내가 살아온 삶을 글로 써서 책도 내고 싶은데 얼마나 배우면 철철 쓸 수 있을까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열심히 배운 결과 우리 집 가족이름, 우리 집 주소 농협에서 통장정리 친구들 계 장부까지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선생님들 덕분에 이렇게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공부를 가르쳐주신다면 어디까지라도 따라 다니면서 끝까지 배울 것입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어르신들 글이기에 교정없이 싣고, 활자를 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