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위기속 송년트리 설치 ‘빈축’
전력 위기속 송년트리 설치 ‘빈축’
  • 이성훈
  • 승인 2011.12.19 09:24
  • 호수 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지원하던 광양제철 포기하자 시가 나서 설치

국가 전력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광양제철소가 긴축재정과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송년트리 설치를 유보한 반면, 광양시는 19일부터 송년트리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특히 최근 에너지 절약 동참에 앞장선다고 결의해놓고 트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적은 규모로 설치하지만 전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리를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해마다 지적되고 있는 나무에 트리를 설치하는 것도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에 따르면 19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44일간 시청 앞 야외공연장 주변과 광양읍 인동로타리에 송년ㆍ새해맞이 경축트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점등 시간은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며 이는 지난해 새벽 2시에 비해 2시간 줄어든 것이다. 조형물을 설치하는 광양읍에는 농협중앙회가, 조경수를 장식하는 중마동에는 광주은행이 설치할 계획인데 총 예산은 1300만원이다. 예산중 농협중앙회는 500만원, 광주은행은 660만원을 부담하며 시는 전기사용료로 150만원을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포스코가 긴축재정,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트리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차선책으로 지역 금융계와 협의를 한 것이다. 올해 트리 설치 예산은 지난해 광양시와 포스코가 6400만원(포스코 6천만원, 시 400만원)을 들여 트리를 설치한 것에 비하면 1/4 수준이다.

하지만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난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트리를 설치하는 것이 적절하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올 겨울은 이상 한파, 전기 난방기구 급증,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의 잇따른 고장 등 전력수급을 불안케 하는 변수들이 많아 ‘블랙아웃(대정전)’에 대한 우려감을 떨칠 수 없는 형편이다.

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큰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건전하고 훈훈한 연말연시 분위기 조성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지역 금융기관과 협력해 트리를 설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말인데 경축 트리하나 없으면 도시가 허전할 것 아니냐”며 “점멸 시간도 밤 12시로 줄이고 상황에 따라 좀 더 일찍 끌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

러나 허리띠를 졸라매며 국가 시책에 부응하려는 기업의 입장을 외면하듯, 아무리 최소한이라고는 하지만 그 자리에 버젓이 다른 예산을 지원받아 트리를 설치하겠다는 시의 의도가 소통 부재의 문제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