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한 검은 중독의 문화사
시대를 풍미한 검은 중독의 문화사
  • 이성훈
  • 승인 2012.01.16 09:37
  • 호수 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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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면 : ‘짜장면뎐’ (양세욱 지음/ 프로네시스 출판/2009년)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올지라도/ 짜짱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 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 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 우리들의 살은 밤비에 젖고/ 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 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정호승 ‘짜장면을 먹으며’

피자, 치킨, 햄버거가 야식, 간식 시장을 뒤덮고 있어도 ‘짜장면’은 여전히 최고의 인기 간식이요 식사다. 지금이야 아무 때나 배달시켜 먹을 수 있지만 짜장면은 어린이날과 졸업식, 시험 성적이 좋은 날, 생일 때만 먹었던 특별한 음식이기도 하다. 꼬맹이들이 짜장면을 먹으면 입 주변은 온통 시커멓게 변한다. 짜장소스가 뒤범벅이 된 얼굴을 보면 더럽기 보다는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다. 어렸을 때는 입 주변에 가득 소스를 묻혀가며 짜장면을 먹는 것이 아무래도 맛이다.

‘외식=짜장면’이라는 공식이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보편화 되던 시절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요즘에도 짜장면을 먹으면 달콤 짭쪼롬한 맛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추억을 목에 넘기고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옛 기억을 더듬는다. 도대체 짜장면이라는 물건이 언제부터 우리 식탁을 점령했을까. 잘 알려진 것처럼 짜장면(炸醬麵)은 중국의 북경과 산동 지역 사람들이 삶은 면에 각종 야채와 튀긴 면장을 얹고 비벼먹던 국수의 한 가지로 전형적인 가정식 음식이었다. 그러던 중 19세기 말, 조용히 황해를 건너 한반도에 상륙한 짜장면은 20세기 중반 이후 한국인을 사로잡기에 이른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 중국인들조차 ‘중국집’을 찾아 이 검은 음식을 즐긴다.

‘짜장면뎐’(양세욱 지음/ 프로네시스 출판/2009년)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중국, 땅과 사람 그리고 음식’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각 지역별 음식, 중국식당 메뉴보기 등이 소개되어 있다. 2부는 ‘짜장면과 그의 시대’로 짜장면 탄생의 뿌리를 찾는다. 저자는 짜장면이 어떻게 우리 식탁에 자리 잡았으며 짜장면의 다양한 추억에 대해 소개했다.  

3부는 ‘짜장면, 근현대 한중교류의 초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음식들이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것이라는 사실과 변해버린 중화요리의 현주소에 대해 짚어주고 있다. 또한 음식을 통해 한국과 중국 문화 교류 발전 전망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오늘 점심은 ‘짜장면’을 먹어보자. 간짜장, 쟁반짜장 보다는 순수한 짜장면을 먹어 보며 가난했던 옛 시절의 행복했던 모습도 떠올려보자.  
 
*책 소개 코너는 이번 주를 시작으로 격주에 한번씩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