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면 섬거마을 한글교실 열리던 날
진상면 섬거마을 한글교실 열리던 날
  • 이성훈
  • 승인 2012.02.27 09:39
  • 호수 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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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이 글자가 내 이름이여?”

한글 배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라

“차렷, 경례!” “선생님, 안녕하세요~”
진상면 섬거마을 한글교실 반장인 류순엽(78) 어르신의 인사를 시작으로 한글교실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 장소는 섬거마을회관. 창고를 개조해 공부방을 만들었는데 섬거마을 한글교실은 매주 수, 금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열리고 있다.

섬거마을 한글 교실은 2월초에 개강해 이제 갓 2주를 넘겼다. 학생 수는 약 25명. 평균 나이 75세를 훌쩍 넘길 정도로 어르신들의 노익장은 만만치 않다. 이중 김규순 어르신은 86세로 맏언니다. 한글을 처음 배운 분들도 있고 마을 교회 한글 교실을 공부를 한 까닭에 글을 조금 아는 어르신들도 있다.

류순엽 어르신은 “예전에 한글을 배웠지만 가정일하랴, 농사일 하는 바람에 공부가 자주 끊겨 띄엄띄엄 배웠다”고 멋쩍어했다. 두 시간 동안 공부방은 왁자지껄하다.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두 시간 동안 방에 앉아 글을 배우면 몸도 뻐근해지고 서서히 집중력도 흐트러진다. 이럴 때면 김옥란 선생님이 스트레칭으로 어르신들의 피로를 풀어준다.

요가 강사이기도 한 김 선생님은 어깨 풀기, 손목 운동, 목 운동을 하면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김 선생님은 “평생 가정일, 농사를 하던 분들이 뒤늦게 글을 배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며 “글을 쓰다보면 손도 떨리기 때문에 자주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진상면 섬거마을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워가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있다.

숙제도 내준다. 책에 나온 단어를 다섯 번 씩 쓰기. 수업을 시작하면 선생님은 숙제 검사를 한다. 선생님은 노트에 ‘참 잘했어요’라는 표시인 소용돌이 5개를 그려주며 어르신들의 용기를 북돋워 준다.

숙제를 안 하면 엄한 벌칙도 있다. 회초리가 그것. 류순엽 반장이 학생들 숙제 안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손바닥을 때리라며 회초리 두 개를 마련해왔다. 한평생 까막눈으로 살면서 간판이 있어도 읽지 못하고 감으로만 이해했던 어르신들은 자신이 직접 간판을 읽고 자식, 손주들에게 글도 쓰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해보는 것이다.

박현수 진상면장은 “어르신들이 배움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접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한글을 열심히 배워 면사무소에 오셔서 또박또박 글을 쓰면서 다양한 문서도 작성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