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뻥’ 치면 절대 안 돼!”
“후보들 ‘뻥’ 치면 절대 안 돼!”
  • 이성훈
  • 승인 2012.03.19 09:17
  • 호수 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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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아저씨의 쓴 소리…“제발 공약 좀 잘 지켜달라”
지난 9일 광양읍 5일장이 열리고 있는 옛 광양역 자리.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가운데 장터 한 곳에서는 “뻥~”하고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장날이면 들리는 정겨운 소리다. ‘뻥~’소리와 함께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자욱이 올라오면 이제 한 바퀴 돈 것이다.

30년째 뻥튀기 기계를 돌리며 손님들에게 다양한 전통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이기성(58) 씨. 구산리에 살고 있는 그는 5일장을 비롯해 장날이면 옥곡, 순천까지 가서 뻥튀기 기계를 돌린다.

30년간의 뻥튀기 기계를 돌렸으니 그의 몸에 삶의 흔적이 가득 배어있다. 귓전을 때리는 뻥소리도 이제는 정겹게 들린다. 이 씨가 이곳에서 뻥튀기를 해주는 곡물 종류만 해도 기본적인 쌀, 떡국을 비롯해 콩, 옥수수, 둥굴레, 누룽지, 무말랭이, 돼지감자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기성 씨는 “뻥튀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다 된다”며 “요즘은 다양한 곡물을 가져와서 튀겨달라는 분들이 많다”고 웃었다. 그는 “옛날에는 나무를 때서 기계를 돌렸지만 이제는 가스를 사용하는 시절”이라며 “한번 튀기는데 30원 하던 것이 이제는 4천원으로 올랐다”고 헛기침을 내쉬었다.

수십 년간 장터를 누벼보니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술 취해서 깽판 부리는 사람도 있고, 먹을 것을 나눠 주는 사람도 있고…말도 못해!” 하지만 손님 한명이 소중한 고객이자 친구들이다. 오랜 세월 동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어보니 이제 그를 찾는 사람들도 한 가족이나 진배없다.

돌아오는 4.11 총선. 이기성 씨는 국회의원이 될 사람은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속된 말로 “뻥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나는 비록 뻥튀기 기계 돌려 먹고 살지만 정치인이 뻥을 튀기면 되겠느냐”며 “뻥치는 정치, 시민을 속이는 정치는 절대 안 된다”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 씨는 “기름값 폭등에 물가는 자꾸 올라 서민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고 있느냐”며 “경제를 살릴 수 있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때 소 15마리를 키우며 제법 의기양양하게 살았지만 이제는 뻥튀기로 먹고 사는 것이 전부다.

이기성 씨는 “여름이면 뜨거운 불 옆에 있어서 땀도 많이 흘리지만 손님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면 고생이 확 날아간다”며 “손님들이 구수한 뻥튀기를 입안에 가득 넣는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다”고 활짝 웃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 진실된 사람이 되어 달라는 것. 그는 “장날에만 오지 말고 평소에 민심을 잘 듣고 좋은 정치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신신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