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어린이집 여 교사 침착함이 대형 참사 막아
광양시 어린이집 여 교사 침착함이 대형 참사 막아
  • 지정운
  • 승인 2012.04.09 09:31
  • 호수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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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순간… 핸들 움켜쥐고 인도로 버스 올려
가로수를 들이받고 인도 위로 올라간 대형 버스.

며칠 전 광양시 중동 남양 파크 앞 도로에서 발생한 45인승 대형 어린이집 차량의 인도 돌진 사건은 하마터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하지만 차량에 타고 있던 인솔교사의 침착함이 대형 참사를 방지하고 귀중한 어린이들의 생명을 지켜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교사를 만나 사고 당시를 재구성했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어린이 15명과 인솔교사 2명을 태운 45인승 중앙어린이집 대형버스(운전자 신모ㆍ55ㆍ남)가 중마동 컨테이너 사거리를 지나 남양파크 앞 도로로 올라오던 때는 지난 4일 오전 9시 40분 쯤이다.

오르막길에서 신호를 받고 나아가다 현충탑 입구를 지나는 순간 운전석 뒤에 앉아 있던 인솔교사 최영미(42)씨는 버스가 우측으로 기우는 느낌을 받았다.

느낌이 이상했던 최 교사는 운전석을 쳐다봤고, 심장병을 앓던 경력이 있던 운전기사 신씨가 머리를 왼쪽 창문에 기댄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 교사는 운전기사가 쓰러진 것에 순간 당황했지만 재빨리 운전석으로 다가가 핸들을 움켜잡았다.

차량을 멈춰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한손으로 버스의 브레이크를 눌러보러 했지만 운전기사가 앉아있는 상태에서 손으로 브레이크를 누를 수는 없었다.

손이 닿지 않자 최 교사는 더욱 당황했지만 다행히 버스는 속도가 붙지않은 상태였다. 짧은 찰나에도 최 교사의 머리는 신속하게 돌아갔고, 차를 세우려면 뭔가를 들이받고 멈춰야 피해가 최소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차량 앞에는 RV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인도 쪽에는 철제 가로등과 가로수가 잇따라 있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RV차량과 가로등을 피해 나무 쪽으로 올라갈 생각을 굳혔다. 최 교사는 함께 있던 인솔교사에게 “차량을 인도로 올리겠다”고 알리고 핸들을 움직였다. 대형 버스는 가냘픈 여 교사의 손에 이끌려 도로 가장자리 턱을 타넘고 직경 20Cm에 가까운 가로수를 제물삼아 인도위에 가까스로 멈춰섰다.

바퀴자국으로 미루어 가로등을 지나칠 때 간격이 10Cm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멈춘 버스는 앞 범퍼가 나무와 부딪치며 깨졌고, 버스의 조수석 앞 유리에는 나무와 충돌하며 생긴 직경40~50Cm의 구멍이 생겼다. 버스에는 그 때 충격으로 깨진 유리조각이 튀어 들어왔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차량을 멈춘 최 교사는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부터 했다. 그 때 시간이 오전 9시 45분. 도착한 119는 운전기사 신씨를 부축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차량에서 내린 아이들은 모두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어린이집에서도 안전운행을 강조하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정말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20여 년째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 교사는 건축사업을 하는 남편 김도형(43)씨와의 사이에 중학생 딸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