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백운장학금 2천만 원 기탁한 서순례 어르신
광양시, 백운장학금 2천만 원 기탁한 서순례 어르신
  • 이혜선
  • 승인 2012.05.07 09:45
  • 호수 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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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내가 꼭 해야 할 일 한 것"
서순례 어르신.
“더 많이 기부허는 사람들도 있는 디 내가 뭐 대단허다고 신문에 나온당가.”

멋쩍은 웃음을 보이던 서 어르신은 지난 세월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광영동에서 일곱 자매를 홀로 키우며 어렵사리 모은 재산 2천만 원을 백운장학회에 기탁한 서순례(75) 어르신은 “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행한 것 뿐”이라며 이런 관심이 과분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순례 어르신은 19살에 광영동으로 시집 와 7자매를 나아 키웠다. 막내가 4살 되던 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시어머니와 아이들을 건사했다. 8식구 먹여 살리려니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었다.

나물을 캐고 말리고 그것을 걷어 들이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을 오르내리고 바다에 물이 쓸 때마다 조개를 캐니 하루에 2번 나가는 것도 예사였다.

일을 하다가도 배가 고파 울기도 많이 울었단다. 그런 그녀를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에 귀 기울일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서 어르신은 얼마 전 광영동에 살고 있던 집을 매매를 했다. 그리고 서울 교육청에 근무하는 조카에게 전화를 했다. 장학금을 기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그렇게 물어물어 장학금을 기탁하게 된 곳이 백운장학회다.

“돈이 많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쓸 돈도 없지만 내가 정신이 있고 두 손 두 발이 멀쩡할 때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누군가는 또 나처럼 이렇게 장학금을 기탁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가족들의 반응이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 어르신은 “반가워하는 자식도 있고 안반가워하는 자식도 있고 그렇다”며 “다음에 나 죽고 나서도 우리 딸들이나 사위나 손자들이 또 이렇게 좋은 일을 하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13명이나 되는 손자들도 공부를 잘하는 녀석은 장학금을 받고 있다”며 손자 자랑하는 서어르신의 얼굴에 행복이 묻어났다.

“부모 없이 어렵게 공부하는 아이들,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되어서 그 녀석들이 꿈을 펼치고 맘껏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치며 “앞으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봉사활동도, 기부도 꾸준히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