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길 인사하는 아바이 냉면 최용섭 대표
매일 출근길 인사하는 아바이 냉면 최용섭 대표
  • 이혜선
  • 승인 2012.06.11 09:59
  • 호수 4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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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 돼지라고 불러주세요”

매일 아침, 컨테이너부두 사거리에서 빨간 냉면 깃발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바이 돼지’를 아시나요?
출근길에 운전자들을 향해 인사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아바이 돼지가 인사하면 같이 인사해주는 사람들도 생기고 혹시라도 나오지 못한 날엔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제법 생겼다.

최용섭 아바이냉면 대표는 왜 이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저희 가게에 다녀가신 분들께 인사,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오지 않는 분들에게 가게를 알리고자 하는 인사”라고

답했다. 아침마다 한 시간씩 도로에 서서 깃발을 흔들며 인사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아침햇살에 땀은 비 오듯 흐르는데다 다리는 물론이요 목부터 허리까지 뻐근해진다. 하지만 맘먹은 일을 쉬이 그만 둘 수는 없다.

그런데 왜 하필 캐릭터가 돼지일까? 최용섭 대표는 “돼지는 복을 불러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이고 우리 아들 호중이가 태어난 해가 돼지해였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저는 호중이가 태어나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고 그 감사함을 이렇게라도 나누고 싶었어요.”

최 대표는 이곳에 북한식 냉면집을 한지도 3년이 흘렀다. 평생 운전만 하고 살 줄 알았던 그의 인생을 바꾸게 한 주인공은 아내 이순심(44) 씨를 만나 16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 호중 군이다. 호중이가 태어나고 2살이 되었을 무렵, 최 대표는 호중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나이 먹고 직업을 바꾼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변의 조언을 얻어 북한 아바이 냉면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강원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내와 그리고 호중이와 함께 출근하며 냉면을 배웠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와서 냉면 비법을 배우겠다고 하니 경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속초 바닷가에서 울기도 많이 울고 그 마음을 달래려 등산을 시작했단다.

등산을 하면서 최 대표는 내려오는 등산객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먹해하고 그냥 지나치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자 함께 인사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부도 묻고 보면 반가워하는 그런 사이가 됐다. 최 대표는 그 때 그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단다.

“지금 인사하는 것도 그 때 그 경험 때문이지요. 제가 처음에 돼지탈 쓰고 인사했을 땐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 같이 인사하고 손 흔들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 뿌듯합니다.”

최 대표는 아바이 돼지 덕분에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운수업을 하는 기사님들이 단체로 아바이 냉면을 방문했다. 쭉 늘어선 대형차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단다. 매일 인사를 받는데 와 봐야할 것 같아서 방문했다는 말에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 일을 계속 하겠냐구요? 그럼요. 계속해야지요.” 최 대표는 시민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변함없이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바이돼지를 만나게 되면 반갑게 손 흔들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