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길
꿈 길
  • 광양뉴스
  • 승인 2012.06.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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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 대상 이진선(백운고3)
따스한 봄볕이 창문을 두드리는 오후
색색의 퀼트로 꿰어진 이불 아래
드드렁 코를 고시는 아버지
어떤 무늬의 꿈을 꾸는 중일까
잠결을 뒤척이자 깊어지는 잔주름
그 틈새 사이로 드리운 그림자 한 겹 골라내면
가장으로써 걸어온 고단한 길 하나
울퉁불퉁 굴곡져 내 눈앞에 펼쳐진다
골목어귀를 뛰놀며 담벼락에 새겼던 유년은
여기저기 희끗한 머리카락처럼 퇴색해 버린 지 오래
새벽을 등지며 문밖을 나서던
그의 허리는 어느새 노년을 향해 굽어 있다
한번쯤은 갈림길을 생각할 법도 한데
그때마다 안개처럼 떠오르던 자식들의 얼굴
이제껏 걸어온 모든 걸 지워야했던 세월의 흐름 속에
나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길이었나
백지가 된 아버지의 꿈길
그 위로 풍경하나 그려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