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호 어르신 뒤늦게 배운 서예...
송현호 어르신 뒤늦게 배운 서예...
  • 정아람
  • 승인 2012.07.09 09:30
  • 호수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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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끝으로 찾은 내인생, 삶의 여운 화폭에 담아
“이 나이에 제가 서예를 배울 수 있을까요?” 10년도 훨씬 지난 어느 날이다.

서예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한 전화통화에서 그가 건넨 첫 마디. 두려움이 앞섰다.

예순이 훌쩍 넘어 서예를 배운다는 것 자체에서 두려웠고 얼마나 끈기 있게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두려움이라는 존재는 얼마가지 못하고 그의 열정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글과 그림으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송현호(80ㆍ광양읍)어르신이 그 주인공.

송 어르신의 서예 인생은 13년 전 첫째 딸에게 받은 선물 때문이다.

그는 “딸이 어느 날 붓과 벼루를 선물하며 이젠 엄마를 위한 삶을 살라고 했다”며 “딸의 한 마디가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딸에게 참 고맙다”고 말했다.

학원에 등록한 후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필 한필에 온 힘을 불어넣고 떨리는 손과 가뿐 호흡을 진정시키며 서예에 몰두한다. 이렇게 차곡차곡 배운 글 솜씨가 이제는 제법 운치를 담고 있다.   

송 어르신은 서예를 배운지 7년이 접어들 때쯤 또 다른 하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그림.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 옆에는 고운 글도 새겨 넣었다.

80세 어르신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그의 붓 솜씨는 살아 있었다.

폭포가 지금 당장 흘러나올 것 같았고, 사슴들이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홍매화가 그려진 그림에서는 지난 3월에 만났던 광양 매화마을의 향기가 가득히 퍼지는 듯 했다.

벽에 걸린 독수리와 토끼가 그려진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이 두려워 시작을 하지 않았다면 내 진짜 삶을 놓쳤을 것이다”며 “서예와 그림을 배우다보니 나이는 그저 둘러대기 쉬운 핑계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작품을 어루만지며 비밀을 말해주듯 목소리를 낮춘다. “남편이 죽기 전에 함께 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며 “내가 열심히 붓 칠을 하면 옆에서 드라이기로 그림이 빨리 마르도록 도와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남편이 그리울 때면 이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러면 어느덧 옆에서 드라이기로 열심히 그림을 말려주던 남편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그렇게 13년 동안 고생과 행복 속에 탄생한 작품들을 모아 송 어르신은 지난 2008년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이밖에 예술대전에서 대상 및 많은 상을 수상하며 그의 인생에 큰 획을 그었다.

송 어르신은 현재 ‘수영’ 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진행 중이다. 체력이 부치는 운동이지만 그는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배우며 신나고 보람된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노력하면 안되는 건 없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나를 보면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길 바란다”고 시작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