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과 상의 없이 나타난 ‘이천수’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구단과 상의 없이 나타난 ‘이천수’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 이성훈
  • 승인 2012.10.29 09:45
  • 호수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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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가 지난 21일 전남의 홈구장인 광양 축구전용구장을 찾았다. 이천수는 경기장 입구에 서서 팬들에게 사죄했다. 이날 이천수는 경기 시작 30분 전 경기장에 도착, 사과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천수의 이번 행보로 인해 지난 주 스포츠계 큰 이슈 하나가 돼, 연일 이천수의 K리그 복귀 논란에 관한 기사와 전남의 입장에 대한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다. 어쨌든 이천수는 광양 방문을 계기로 축구 이슈를 붙잡으며 개인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그 상대인 전남은 적지 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지금 전남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이천수가 지금 광양을 전남 구단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찾아왔다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남은 26일 현재 스플릿 B그룹에서 13위를 유지하고 있다. 상주가 시즌을 포기, 내년 시즌 강등이 확정됨에 따라 강등팀은 이제 단 한 팀만 남겨놓고 있다. 13위인 전남은 승점 36점으로 15위인 강원(32점)과 불과 4점차이다. 이중 시즌을 포기한 상주와의 경기에서 확보한 승점 3점은 의미가 없기에 겨우 1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연승을 하지 못하면 곧바로 강등권으로 추락한다는 의미다.

전남은 이처럼 절박하다. 특히 하석주 감독은 부임후 아직 홈에서 첫 승 신고를 못하고 있다. 하석주 감독이나 구단 직원, 선수 모두 민감한 시기다. 1초라도 더 경기에 집중하고 한방울이라도 더 땀을 흘리며 훈련해야 하는데 전남은 난데없이 이천수의 등장으로 불편한 입장에 있다.

구단 관계자는 “경기에 집중해도 1승 올리기가 힘든데 이천수가 구단과 상의도 없이 광양을 찾는 바람에 분위기는 더욱더 흩트려 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선수들이 이천수로 인해 집중하지 못하고 동요할까봐 걱정된다”며 “도대체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하 감독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퇴한 정해성 감독에 이어 부임한 하석주 감독은 취임 첫 날부터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선수단을 지휘했다. 우선 홈에서 첫 승을 신고하고 강등권 탈출을 해야 하는데 이천수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천수는 이날 구단과 상의도 없이 광양을 찾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구단도 모르는 가운데 이천수 팬 사과 관련 보도자료와 사진을 배포했다. 한참 성적에 민감할 시기에 이천수와 프로축구연맹이 전남에 심리적 태클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천수는 이번 광양행이 K리그 복귀 여론을 끌어들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전남의 입장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과는 상관 없이 구단에 직접 사과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K리그 복귀를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 전남이 현재 처한 절박한 처지를 제대로 살펴보고 방문했어야 한다. 경기에 집중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에 이렇게 아무런 상의없이 나타난다면 어느 누가 반갑게 맞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