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 이어 노인들도 ‘왕따’
청소년에 이어 노인들도 ‘왕따’
  • 정아람
  • 승인 2012.11.12 10:30
  • 호수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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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 출입도 가난하면 따돌림 당해
청소년 따돌림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노년층 사이에서도 왕따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노인 왕따는 노인정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는데 일부 노인들이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집에서 음식 등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무시하고 왕따를 시킨다는 것.

취재결과 피해자들은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교육수준이 낮은 노인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왕따를 당한 노인들은 어디에도 하소연을 하지 못하고 속만 끙끙 앓고 있는 등 심적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식들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마동에 혼자 거주하고 있다는 정 모(84) 어르신은 “과일 상자 들고 오는 자식 하나 없는 게 이렇게 서러울 줄 몰랐다”며 “요즘은 자식 없으면 노인정에도 못간다”고 하소연 했다.

정 어르신은 “혼자 살다보니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고 누가 챙겨줄 사람도 없어 빈손으로 노인정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와 멸시에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고 고통을 표현했다.

그는 “청소년 왕따도 사회적인 큰 문제지만 노인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따돌림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에 있는 노인 이용시설을 자주 찾는다는 배 모(87) 어르신은 동년배들과 어울리지 못해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 아들 내외가 있는 광양으로 내려온 배 할머니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노인 이용시설을 찾아 시간을 보내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배 어르신은 “자식이나 며느리들이 노인정으로 음식과 떡을 잔뜩 가져와야 노인들이 좋아한다”며 “요즘은 돈 없고 자식 없으면 노인정 오기가 눈치 보이고 힘들다”고 밝혔다.

배 어르신에 따르면 70세가 넘는 노인들도 경제력이 부족하면 아직 젊다는 핑계로 노인정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노인 따돌림 현상이 늙고 힘겨운 삶을 사는 입장이 되다 보니 더 서운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인복지전문기관에서도 노인 따돌림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박수정 전라남도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노인정 왕따에 대해 신고와 상담요청수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며 “노인 왕따 문제는 소득수준의 문제와 큰 계층차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상담원은 “관련 시설에서 따돌림에 관한 교육을 펼치거나 관계자들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부분이다”며 “어르신들이 따돌림으로 괴로움을 참지 말고 주변 기관에 연락해 반드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많이 상담 기관 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광신 한려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인구 급증에 따라 노인들도 의식이 높아지고 다양한 사회경험을 통해서 노인 왕따 현상이 드러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노령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노인 왕따가 앞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노인전문기관과 전문가, 복지사 등이 이 문제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고 노인 스스로 인권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담문의 전라남도노인전문기관 7577-1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