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 기쁨도 ‘잠시’
서울대 합격 기쁨도 ‘잠시’
  • 지정운
  • 승인 2012.12.17 09:19
  • 호수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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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가정형편 … 학비 걱정
광양여고 송미라 학생.
서울대학교 인문학부 수시 전형에 최종 합격했지만 가정 형편 탓에 합격의 기쁨을 맘껏 표현하지 못하는 소녀가장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있다.

광양여고 송미라(19) 학생은 지난 8일 발표된 2013년도 서울대 수시 전형에서 합격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진학에 따른 학비 마련의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카피라이터나 기자를 꿈꾸는 송 양은 현재 봉강면 석사리 서석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이지만 송 양은 버스비를 아끼려 석사리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등교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합격한 제자가 기특했던 박영식 교장은 사비를 털어 송 양에게 외투를 사주며 격려했다.

박 교장은 “외투를 사게 되니 안에 갖춰 입을 옷도 사주게 됐다”며 “신발도 낡아 사주고 싶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송 양은 태어난지 9개월 만에 아버지와 이별했다. 심장판막증을 앓던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얼마되지 않은 가산도 사라졌고, 돌이 되기 3일 전 어머니 마저 가출하면서 송 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에서 연년생 언니와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송 양이 10살 되던 해 돌아가시며 지금껏 할머니와 어려운 생활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할머니는 석사리 매천 생가 관리를 하면서 월 20만 원의 수당으로 생활한다. 송 양은 소년소녀가장으로 등록돼 국가가 지급하는 보조금과 장학금 등을 받아 공부를 해왔는데, 지난 6월에는 농협은행 광양시지부에서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