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주공1차 주민들의 특별한 ‘사랑 나눔’
광양시, 주공1차 주민들의 특별한 ‘사랑 나눔’
  • 이혜선
  • 승인 2013.01.14 10:04
  • 호수 4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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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 두 푼 사랑을 담는 돼지입니다”

 

중마동에 들어선 첫 아파트, 24년의 역사를 가진 주공1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들어서면 큼지막한 황금색 돼지저금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돼지 몰골이 말이 아니다. 돼지코가 있어야할 자리에 노란 테이프가 겹겹이 붙어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런 모양새일까. 돼지저금통 몸통에는 ‘택배보관요금 200원입니다’라는 안내문구가 턱하니 붙여져 있고 그 옆에는 택배물품 수령대장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박종진 아파트 관리소장은 “택배를 관리사무소에 맡기고 찾아가는 주민들에게 택배물품 보관료를 받는 택배돼지”라고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엔 택배가 일상이라 택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관리사무소에 택배보관을 부탁하는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택배물품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아예 택배물품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박 소장은 “택배물품을 받지 말까도 생각해봤지만 주민 편의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그럴 수는 없었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러다 2010년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돼지저금통을 놓자는 의견이 나왔다. 택배물품을 맡기는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택배보관요금을 내면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하는데 쓰자는 것. 그렇게 그해 1월 이 돼지가 처음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참여를 할까 싶었어요. 다른 곳은 그냥 맡아주는 택배를 무슨 보관요금까지 물어가면서 맡기냐며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웬걸요. 연말에 돼지 저금통 뜯어보니까 금액이 꽤 되는 거예요.”

김재연 주공1차 통장은 첫해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2010년에는 22만7870원을 KBS 불우이웃돕기에 냈어요. 성금모금 증서를 게시판에 붙여놨는데 2011년에는 24만7670원으로 늘더라고요. 올해는 29만3140원으로 다시 늘었어요. 100원짜리 10원짜리들이 몇 만원씩 늘기가 쉽지 않잖아요. 주민들의 사랑이 점점 커지는 것이지요.”

올해 모금된 택배요금은 지난 4일 (재)광양시사랑나눔복지재단(이사장 문승표)에 전달했다. 푼돈이 따뜻하고 큰 사랑으로 바뀐 것이다. “말할 수 없이 뿌듯하죠. 오천 원짜리도 나오고 천 원짜리도 나왔거든요. 이제 단순히 택배보관료로만 내는 게 아니라 정말 나누기 위해 모금함에 넣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예요.”

주공1차 아파트 주민들의 사랑을 담는 택배돼지와 함께 기념 촬영 중. 다음 겨울에도 행복한 나눔 부탁해~

김 통장과 박 소장, 주민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재연 통장은 “택배도 안전하게 보관하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으니 모두가 좋은 일 아니냐”면서 “다른 아파트들도 동참하면 또 다른 기부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