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밭 만들기
야생화 밭 만들기
  • 가남농원
  • 승인 2008.12.04 09:11
  • 호수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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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내리쬐는 햇볕을 차광막으로 가려주었다.
그냥두면 햇볕에 시들어 말라죽을 것 같아 아침 저녁으로 매일같이 물을 주어 정성껏 살려내니 그 정성은 애기를 키우듯 애지중지했다.
야생화는 하루가 다르게 뿌리를 내리고 번식을 했다.
꽃도 피우기 시작했다. 번식하면 또 떼어내어 밭을 만들고 거기서 또 번식하면 밭을 확장해 나가니 시간이 지나면서 야생화 밭은 점점 커졌다.

야생화 밭 만드는 일이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픈지 몰랐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번 일을 시작하면 밥을 굶는 것은 다반사였다.
일 할 때는 더 많이 먹어야한다는데 난 대부분 두 끼를 먹고 지냈다.
그래서인지 체중이 조금씩 빠지게 되니까 나중에는 힘이 없어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를 경험하였다.
밥심으로 일한다는 소리가 무슨 말인지 실감한 것이다.

야생화를 자꾸 심어나가다 보니 취미수준이 아니라 종일 풀을 메야하고 일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힘이 들어 밤이 되면 푹 쓰러져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야생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눈만 뜨면 야생화를 쳐다보는 게 하루일과가 되었다.
차를 타고 갈 때나 여행 할 때나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야생화 밖에 없었다. 온통 내 눈에는 야생화만 보였으며 완전히 야생화에 미치고 만 것이다.

미치지 않으며 일을 성취할 수 없으리라….
지금생각해보면 그때는 분명 내 머리 안에 야생화에만 몰입을 해 있었다.
성격상 한곳에 몰입을 하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었던 나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 야생화란 글 문구만 보여도 차를 세우고 그 상점에 들어갔으며 전국 방방곡곡  야생화 농원을 수없이 찾아다니기도 했다.
또 인터넷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무려 야생화 동호회만 가입한곳도 10곳도 넘었다. 그렇게 해서 야생화와 인연을 맺으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나가게 된다.

야생화 밭에서 이제는 조금 더 발전하여 꽃을 떼어내 화분에 심고 항아리 위에 온갖 꽂들을 얹어 놓으니 오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웬 풀들을 심어 놓았냐며 빈정대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이런 풀들은 우리 매화밭에 가면 많다, 이런 꽃은 산에 가면 많이 있다면서 할일없어 이러고 있다”고 손가락질도 했다. 또 야생화 밭을 자꾸 확장해나가니 땅이 남아돌아 고추나 콩을 심지 이 아까운 땅에다 풀을 잔득 심어 놓았다고 뒤돌아서 욕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나 그런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직 나한테는 이 넓은 땅에다 매화밭 들어가는 입구까지 전부 야생화로 채우리라 하는 야심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풀밭으로 밖에 보이지 않은 야생화 밭을 묵묵히 가꾸어 나갔다. 

다음해 봄이 되자 야생화는 하나씩 꽃을 피웠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혼자만의 감상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 누구도 관심이 없었고 첫해는 번식을 많이 하지 않아 띄엄띄엄 꽃이 있으니까 그냥 풀로만 보이지 꽃으로 보아주는 사람들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