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설립, 시의회 일단 ‘제동’
문화재단 설립, 시의회 일단 ‘제동’
  • 이성훈
  • 승인 2013.06.17 10:07
  • 호수 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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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위원들 “시기상조, 꼼꼼히 계획해서 추진하라”

광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단 설립이 시의원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시의원들은 문화재단 설립을 절대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검토하고 꼼꼼히 따져보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반면 우선 문화재단 설립 기본이 되는 조례를 의회에서 우선 통과시켜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들의 신중론이 워낙 확고해 조례가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위원장 정경환)는 지난 13일 위원회 사무실에서 문화재단 설립 조례안을 심사했다. 집행부가 의회에 제출한 문화재단 설립 조례안을 살펴보면 문화재단 사업으로는 △문화예술의 창작지원과 보급 활동 △문화예술 관계 자료 수집ㆍ관리ㆍ보급 및 조사 연구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기금조성 및 운영 △기업 메세나활동 권장 등이 담겨있다.  

기본재산으로는 광양시 출연금, 개인 또는 법인으로부터의 기부금품, 기금운용 수익금 등인데 시 출연금으로 올해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3억원씩, 총 15억원을 출연한다는 것이다.

또 2020년까지 기금 50억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원 구성은 15명 이내(이사장 1명 포함), 감사 2명으로 하고 당연직 이사는 시의회 추천을 받은 시의원 1명과 시 문화재단 업무담당 국ㆍ과장급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이삼희 문화홍보담당관은 이날 이런 골자로 하는 조례안을 총무위원들에게 설명했으나 위원들은 냉담한 반응 뿐이었다. 우선 전문위원의 검토 결과 이 조례 제정안은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문화예술단체는 물론, 여론의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문화재단 설립 간담회, 시민사회단체 토론회에서 지적됐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전문위원은 이어 “다른 자치단체의 성공ㆍ실패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면서 “재원조달 방안과 재단운영에 대한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준비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화재단 설립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당장 설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총무위원들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를 표했다. 김성희 위원은 “문화재단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기상조”라며 “성남시의 경우 100만이 넘고, 서울과 가까워 문화적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에 잘 되고 있지만 광양시가 그럴 여력이 있느냐”고 따졌다.


김 위원은 “재단을 설립하면 사라실 예술촌에 위탁 운영할 예정인데 사라실 예술촌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위탁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기업 메세나 운동에 대해서도 “경기 사정이 안좋은 마당에 어떻게 기업들로부터 협조를 구할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광양시 시세를 보나 앞으로 활용 가치 등을 감안하면 지금 설립하는 것은 무리”라며 “좀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완 위원은 “문화재단 설립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며 “필요성은 있지만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송재천 위원은 “현재 까지 메세나 운동에 참여하는 기업이 3곳 정도라면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며 “기업 설득은 물론, 기금 운영을 하려면 이자로 해야 하는데 저금리 시대에 운영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정경환 위원장은 “시민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선 만들어놓고 추진하는 것 보다는 기금 확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기업들 협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삼희 문화홍보담당관은 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일단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설립의 기본이 된다”면서 “조례라도 우선 제정될 수 있도록 위원들의 협조를 구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위원들이 대부분 조례 제정에 반대하고 있어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례안 보류 가능성 높아
차기 임시회에서 재심의 할 듯
       
일단 이번 임시회에서 문화재단 조례안은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총무위원들도 문화재단 설립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조례안이 부결되면 이 안은 ‘일사부재의의 원칙’(一事不再議의 原則 : 국회ㆍ지방의회에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會期) 내에 다시 제출ㆍ발의(發議)하거나 심의할 수 없다는 원칙)에 의해 6대 의회에서는 이 조례안을 심의할 수 없다.

따라서 총무위원들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조례안을 유보한 후 추후 임시회에서 심의할 가능성이 높다. 조례안을 부결하자니 부담스럽고 유보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삼희 문화홍보담당관은 “의원들도 문화재단 설립 취지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있는 만큼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의원들을 설득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담당관은 “일부에서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도 있지만 전혀 그럴 의도도 없고 그렇게 할수도 없다”며 “그동안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은 광양시로서는 재단 설립을 통해 전문적인 문화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