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언 제철초 교장의 교육가치관을 엿보다
고문언 제철초 교장의 교육가치관을 엿보다
  • 정아람
  • 승인 2013.06.24 09:34
  • 호수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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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은 ‘이야기대장’, 취미는 ‘동화 들려주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툭하고 건들면 ‘어흥’거리고 달려올 것 같다. 위협감을 느끼는 목소리와 동그랗게 커지는 눈동자가 예사롭지 않다.

잔뜩 겁을 먹었지만 용감하게 호랑이와 싸우는 오누이 역할도 아주 맛깔스럽게 표현한다. 눈앞에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오누이가 보일 정도다.

학생들은 점심시간 종이 울려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교장 선생님, 또 해주세요!”

고문언 교장이 자진해서 동화를 읽어주게 된 것은 딱딱하고 말뿐인 인성교육보다는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가고 싶어서였다.  2010년 교장이 된 이후에도 수업을 즐겨하는 교장. 학기당 2~3시간씩 모든 학급의 도덕시간을 할애 받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칭 초등 철학시간이란다.

고문언 교장은 아이들 나름으로 삶을 바라보고 사색을 할 줄 알아야 제대로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고 교장의 교육 철학은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고문언 교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생들이 자라게 하자”며 “‘훈련’과 ‘교육’을 혼동하지 말고 진정한 교육을 시키자”고 말한다.

또 “행동의 변화를 빨리 요구하지 말자”며 “시간이 걸려도 가치관의 변화를 이끌면 행동은 저절로 바뀐다”라고 교사들을 설득한다.

교사와 학생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 해결해주는 교장. 홍반장이 따로 없다. 고 교장은 정기적으로 아이들이 추천하는 전인상도 수여하고 있다. 어린이회 추천에 의해 상 제목 등을 직접 정한다. 어린이날 기념 체육대회의 운동 종목도 전교 어린이 회에서 정한 것을 그대로 따른다.

고문언 교장을 만나고 싶다면 교장실이 아니라 강당으로 가라. 점심시간과 중간놀이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 독일에서 직수입한 놀이식 운동기구 페달보트(Pedalo) 동아리를 결성해 직접 아이들과 같이 운동하며 지도도 하고 있다.

고문언 교장은 “조정력과 근력을 기르는데 매우 과학적인 기구이다”며 “운동을 억지로 시키면 스트레스만 받을 뿐 피곤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수 년전부터 상담에 관한 공부를 한 덕분인지 교사면 교사 학생들이면 학생들 마음을 모르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일까. 교사며 학생이며 고민이 있을땐 고교장을 자주 찾는다.

그는 “모든 일은 마음먹기 달렸다”며 “인생을 늘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년을 2년 여 남겨둔 그는 퇴직 후 노인들을 위한 상담봉사를 하는 것이 꿈이란다. 오늘은 교사와 학생을 위해 어떤 일을 할까?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고 교장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