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 불필요한 예산 줄이기 운동부터
주민참여예산, 불필요한 예산 줄이기 운동부터
  • 이성훈
  • 승인 2013.07.15 09:52
  • 호수 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은평구, 대통령상 수상 저력…전국 최초 모바일 투표 도입

글 싣는 순서 …

4.서울 은평구 주민참여예산 운영현황

1. 주민참여예산의 의미와 현황 …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현황
2. 우리나라 주민참여예산의
    주요사례
3. 광주 북구 주민참여예산 12년
5. 서울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6. 수원시 주민참여예산 사례
7. 울산 북구 주민참여예산 현황
8.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정착화를
    위한 과제 

은평구 참여예산 학교와 지난해 열린 주민총회

서울 은평구(구청장 김우영)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사례로 2012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효율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2010년에 주민참여에산제를 도입한 은평구로서는 2년만에 가장 큰 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상을 계기로 은평구 참여예산제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은평구 참여예산제는 다른 많은 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2010년 선거에서 참여예산 등 주민참여에 관심이 높은 구청장이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은평구는 김우영 구청장 취임 직후인 2010년 7월 ‘참여구정추진반’을 구성했고, 그해 8월 주민참여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10년 12월 30일 서울시 최초로 ‘주민참여기본조례’를 공포했다. 

은평구는 2011년과 2012년 주민제안사업의 우선순위를 일반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주민총회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예산 모바일 투표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행정 기획사업 예산요구도 주민위원회 검토를 받게 해 약 130억원의 불요불급한 예산요구액을 삭감 조치한 점 등이 예산효율화 우수사례 선정 때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된 조례

은평구 참여예산제는 조례부터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나는 등 기본 체계가 남다르다. 대부분 지자체는 참여예산제 운영조례를 별도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은평구는 참여예산조례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주민참여기본조례와 주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가 참여예산제의 근거조례다.

이러한 조례에 근거해 주민참여위원회가 구성되고 그 안에 운영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구정평가위원회, 그리고 참여예산위원회가 구성된다. 이는 참여예산제를 다양한 주민참여제도의 하나로 명확히 인식하고, 다른 주민참여 기제와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체계로 보인다.

운영위원회는 주민참여위원회 전체의 운영과 결정사항 등을 통합 조정하는 기구다. 구성은 다른 지역의 참여예산연구회와 유사하게 주민위원과 공무원, 구의원등 15인 이내로 하며, 민간인 실행간사를 둘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기회의를 격월 1회 개최하도록 시기를 명시한 점이 특징적인데, 운영위뿐 아니라 다른 위원회 관련규정에도 정기회의 개최시기가 명시되어 있다.

정책기획위원회는 10인 이내로 구성하며, 정책건의 및 행정개선 등 민관협력 추진을 맡는다. 정기회의는 월 1회 개최한다.

참여예산위원회는 100인 이내(2011년 공개모집 40, 추천 60)로 구성되며, 산하에 구청 업무 분야별로 분과위원회를 둔다. 시민 공개모집 외에 주민자치위원회, 시민단체 등의 추천으로 위원을 선임한다. 위원은 의무적으로 예산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참여예산위원회 내에는 7개의 분과위원회가 구청 업무분야별로 설치된다.

특별위원회로 청소년참여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동별 참여예산 지역회의는 동민 10인 이상 참석으로 개최하는 개방형 방식으로 구성되며, 해당 동 거주 참여예산위원과 주민자치위원은 자동적으로 지역회의 구성원이 된다.

주민참여위원회 구성은 사회적 약자의 참여 보장, 회의록 작성 및 공개 원칙, 위원회에 대한 심의 안건 1주일 전 송부 등 위원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구체적 규정을 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전국 최초로 모바일 투표 방식 도입

은평구는 참여예산 운영과정에서 우리나라 시행사례에서 알려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교육면에서 기본적인 주민교육을 비교적 충실하게 진행했고, 주민 리더 양성교육을 추가로 진행했다.

논의 체계면에서 참여예산위원회를 100명으로 대규모 구성하고 분과위원회 설치, 동별 지역회의 운영 등 기본적인 체계를 모두 이행했다.

그밖에 청소년위원회, 주민총회 등의 새로운 논의체계를 만들었다. 특히 주민총회는 2011년 11월 전국 최초로 시행해 주민제안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주민총회에는 전국 최초로 모바일 투표 방식을 도입한 것도 주목된다. 

은평구의 참여예산 교육을 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참여예산학교를 5차례(일반주민 4회, 청소년 1회) 개최해 200명 가까운 주민들이 기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찾아가는 주민교육과 주민 리더 양성교육 등도 실시했다.

찾아가는 주민교육은 2011년 16개 동을 9개 권역으로 나누어 실시했고, 주민 리더 양성교육은 2012년 3월 지역회의를 이끌 진행자 양성을 목표로 시행하여 50여 명의 주민들이 교육 이수 후 지역회의에서 활동했다.

지역회의는 동별로 주민 10명 이상 참석하면 개최할 수 있는 개방형 방식으로 진행했다. 은평구는 지역회의를 동별 연 5~6회, 총 80여 회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개최해 지난해 참여인원이 약 3000명에 이른다. 지역회의 및 주민 직접제안 등으로 수렴된 주민제안은 행정 내부 검토를 거쳐 참여예산위원회 분과별 검토를 거쳤다.

참여예산위원들은 주민제안뿐 아니라 부서별 주요 사업 등 예산요구안 전반을 검토하여 예산요구액을 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주민제안의 경우 분과별 검토를 거쳐 주민총회의 투표 부의대상을 선정한 후 주민총회의 투표 결과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은평구 참여예산의 성과

은평구 참여예산의 성과를 살펴보면 주민제안뿐 아니라 부서별 예산요구에 대한 검토를 시민위원회가 수행하도록 해 전체 예산을 대상으로 참여예산제를 시행한 점이 특징이다. 은평구는 참여예산 범위를 일반회계 예산 전체로 설정했는데, 공무원 인건비와 국·시비 보조금 등 경직성 경비는 제외했지만, 이러한 예산은 현실적으로 주민 검토가 거의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기 때문에 은평구는 실질적으로 참여예산을 예산 전체에 적용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게다가 은평구 참여예산에선 추경예산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그 결과 2012년도 본예산 및 추경예산, 2013년도 본예산 편성과정에서 참여예산 논의를 거쳐 132억원이 조정되었고, 주민제안사업 20억 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두 번째 특징은 주민총회를 개최해 주민제안사업의 우선순위를 일반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은평구는 주민총회를 2011, 2012년 모두 개최했으며, 2012년에는 모바일 투표를 시행했다. 주민 직접투표 방식 총회와 모바일 투표는 모두 전국 최초로 실시한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전반적 주민참여 체계와의 연관성을 분명히 하는 독창적인 참여예산 체계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은평구는 참여예산제가 다른 주민참여 기제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주민참여기본조례에 의거해 운영되도록 하고, 주민위원회도 종합적인 주민참여위원회로 구성하여 참여예산위원회 역시 그 중의 한 분야별 위원회로 자리매김하도록 설계했다.

아직은 주민참여위원회 내 참여예산위원회와 다른 주민위원회(정책기획위, 구정평가위) 간 연계활동의 성과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후 전반적인 주민참여 활성화와 행정·재정 운영의 민주성 및 효율성 제고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유리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특징은 예산뿐 아니라 주요사업 추진시 주민참여위원회 검토를 의무화해 구정 전반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제도를 시행했다는 점이다. 은평구는 2012년 3월부터 구청장 결재 방침서 등 주요 사업계획 수립 시 주민참여위원회 검토를 의무화해 지난해 10월 29개 부서 152개 사업에 대해 검토를 시행했다.

이 역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 시스템일 뿐 아니라 실질적인 주민참여를 위한 과감한 시도라는 평가다.
 


황 도 연
은평구 참여예산 시민위원장

“불요불급한 예산 줄이기가 더 중요”

황도연 서울 은평구 참여예산 시민위원장은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해 보니 쓸 데 없는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황도연 위원장은 “주민들이 모여 사업 하나 하나에 대한 세밀한 검토를 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가 활기를 띄게 됐다”며 “단체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기에 이어 2기 위원장까지 연임한 황 위원장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대기업 임원을 지냈다.

그는 “주민참여예산의 핵심은 없는 예산을 만들어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시민 실생활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쓸 때 없이 낭비하는 예산을 그대로 두고 주민참여예산이라는 명목으로 또다시 예산을 세우는 것은 결국 지방재정을 흔들게 한다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기존의 예산을 줄이는 작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며 “결국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제의 취지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참여예산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 위원장은 “어느 동 주민자치회관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구의원은 집어넣으려고 하나 주민들 입장에서 세밀히 살펴보면 굳이 리모델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주민들도 참여예산 도입 후 실제로 예산을 절감했던 사례들을 경험하면서 이 제도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도연 위원장은 “참여위원들의 경우 관변단체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며 “은평구는 참여위원 구성을 1기 ‘50대 50’에서 2기는 ‘10대 90’으로 관변단체 관계자들의 참여를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관변단체 관계자들이 많을 경우 자칫 주민참여예산 취지를 벗어나거나 밥 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주민참여예산은 말 그대로 순수한 주민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정치적 색깔이나, 특정 단체 이익 등이 우선되면 그 취지는 퇴색하고 말 것이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은평구는 조례 제정 이전부터 주민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동기 부여 방안 마련에 노력했다”며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줘 좋은 성과를 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